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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최신-고전적 디자인 동시에 유행
경기침체 속 회복신호가 양극단 선호 불러
경기침체 속 회복신호가 양극단 선호 불러
‘엣지(edge)족이냐, 클래시쿠스냐.’ 요즘 유통가에서 젊은 소비자한테 가장 잘 먹히는 단어는‘엣지’다. 한글사전은‘각’으로 풀이하는데, 10대에서 30대 소비자들끼리는 ‘개성이 뚜렷한’이나 ‘최신의 스타일’이라는 뜻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엣지를 좇는 ‘엣지족’들을 겨냥한 새 상품이나 서비스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와 달리 오래된 디자인이나 아날로그 방식을 찾는 사람들이 내년부터 주요 소비자층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분석도 나온다. 고전적인 스타일과 인간적인 교감을 중시하는‘클래시쿠스’가 엣지족과 곧 한판 대결을 벌인다는 것이다. 새로운 소비자층의 등장은 경기 상황의 반영이다. 엣지족과 클래시쿠스의 동시 등장도 마찬가지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엣지족의 등장 배경을 소비심리 회복에서 찾는다. 반면에 클래시쿠스는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새로움보다 오래됐지만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출현하는 소비자층이다. 엣지족이나 클래시쿠스 모두 ‘스타일’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들을 겨냥한 제품들은 색깔과 디자인, 마케팅까지 차별화되고 있다. 화려하고 강렬한 색깔, 평범함을 거부하는 디자인은 엣지족을 겨냥한 제품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제품 본연의 기능과 함께 들고 다니기만 해도 ‘엣지 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개성있는 스타일이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엣지 스타일은 심지어 음료에도 적용된다. 한국코카콜라의 ‘글라소 비타민워터’가 엣지족의 눈길을 끄는 대표적인 음료다. 이 제품은 한 소매유통점(씨제이올리브영)에서 지난 5월에는 하루에 50개 남지 팔리던 것이 8월에는 하루평균 1300개가 넘을 정도로 매출 신장세가 폭발적이다. 보라, 빨강, 노랑 등 6가지가 색깔로 제품을 구분해 그 자체로 디자인 효과를 내고 있다. 소비자들은 맛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옷에 맞춰 음료수를 산다. 의류와 식음료를 벗어나 가전제품과 생활용품 시장에도 엣지족을 겨냥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가스레인지 제조업체인 린나이는 기존의 짙은 색깔과 기능을 강조한 디자인을 탈피해 주황색이나 파란색을 쓴 ‘스타일리쉬 컬러 레인지’를 최근 내놓았다. 6월 말에 출시된 이 제품은 7~8월에 월평균 5000대가 팔려나갔다. 린나이코리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가스레인지 모델이 1년에 5만대 이상 팔려나가면 히트상품으로 분류하는데, 스타일리쉬 컬러 레인지는 여름 비수기에도 한달에 5000대 이상 팔려 이미 ‘올해의 히트상품’ 등극을 예고했다”고 말했다. 클래시쿠스의 등장은 50년 전 디자인을 다시 살아나게 했다. 올림푸스가 내놓은 ‘펜 스타일’(pen style)은 디자인과 이름을 지난 1959년 10월 출시된 제품에서 따왔다. 전 세계적으로 모두 1700만대가 판매된 제품의 디자인과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의 기능을 합친 제품이다. 고전적인 디자인에 매력을 느끼는 마니아층에 힘입어 신형 펜 스타일은 지금까지 예약판매를 할 때마다 500대에서 1000대의 제품이 2~3시간 만에 동이 났다고 올림푸스 관계자는 밝혔다. 클래시쿠스의 색을 꼽으라면‘검정’이다. 세계적인 색조 화장품 브랜드 ‘맥’(MAC)은 이번 가을과 겨울 주요컬러로 검정을 선택했다. 화려한 색감보다는 경기침체의 분위기를 반영한 듯한 검정 등 무채색이 올해와 내년에 인기를 끌 것이라고 본 것이다. 맥은 이런 경향을 반영해 오는 10월 눈 색조 제품부터 립스틱까지 모두 검정으로 꾸민 ‘스타일 블랙’라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 주력 소비층의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를 놓고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린다. 오리콤의 허웅 브랜드마케팅전략연구소장은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면서 그동안 눌렸던 소비욕구가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이를 자극하는 ‘엣지’가 기업의 상품과 마케팅에서 한동안 주류가 될 것”으로 점쳤다. 반면에 소비트렌드 연구소인 인터패션플래닝은 “경기침체기에 소비자들은 제품 본연의 신뢰성을 더욱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날로그 감성의 디자인과 정교하고 세련된 수공예품에 가까운 제품들이 더욱 인기를 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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