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국내 주식 및 채권 순매수 추이
[금융위기 1년 무엇이 달라졌나]
“한국 주식·채권 사자”
외국인 투자자 밀물
4월부터 40조원어치 사 실물부문 투자 보다
시중유동성만 늘려
자산가격 끌어올려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의 파도가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한 지난 4월부터 9월11일까지 외국인 투자가들이 우리나라 주식과 채권을 순매수한 규모가 무려 40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와 통화당국의 적극적 재정·통화정책과 맞물려 시중 유동성을 급격히 팽창시키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거품을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집계를 보면, 외국인들은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코스피, 코스닥, 상장지수펀드)에서 45조2000억원어치를 팔았고, 올해 들어서도 3월말까지는 2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러나 4월 이후에는 방향을 바꿔 9월11일까지 15조9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피시장만 놓고 보면 4월 이후 순매수 규모가 21조6000억원어치에 이르렀다.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더 폭발적이다. 외국인들은 지난해에 국내 채권 22조3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데 이어, 올 들어 3월말까지 4조6000억원어치, 이후 9월11일까지 24조4000원어치를 추가로 순매수했다. 지난해 이후 외국인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무려 46조7000억원어치에 이른다. 이에 따라 4월 이후 불과 5개월여 사이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 및 채권을 순매수한 돈은 40조4000억원으로, 월평균 7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주식과 채권으로 순유입된 자금을 모두 합하면 43조1000억원인데, 이는 지난해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순매도한 규모인 22조9000억원을 빼고도 20조2000억원이 남는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외화 자금이 대거 유입됐음에도 환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정부의 외환보유액만 크게 늘어났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상당 부분 원화로 바뀌어 고스란히 시중 유동성 확대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꼭 1년째인 14일 오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 딜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국내외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선 영향으로 8거래일 만에 다시 상승해 12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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