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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그리드 첫삽 제주 구좌읍
사용량 알아서 조절…전기자동차 타고 출근
곳곳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2013년 완공
사용량 알아서 조절…전기자동차 타고 출근
곳곳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2013년 완공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사는 김아무개(50)씨의 일상은 2013년부터 크게 달라진다.
집 안에 부착된 ‘스마트 계량기’는 수시로 전기사용량과 전기요금 정보를 수집해 그에게 알려줄 것이다. 전기요금은 수요와 공급량에 따라 시간대별로 달라진다. 세탁기 등 가전제품은 ‘똑똑한’ 계량기가 전해준 전기요금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시간 및 사용량을 스스로 조절한다. 회사로 출근할 때는 전기자동차를 이용한다. 집과 회사를 잇는 길가엔 전기충전소와 배터리 교환소가 여러 군데에 설치돼 있다.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실증단지 안에 사는 까닭에 그는 이런 삶을 먼저 체험할 기회를 얻게 됐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공사는 구좌읍 12개 마을의 6000여가구를 대상으로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지난달 31일 착공식을 했다. 실증단지 구축에 투입되는 예산만 총 1160억원이다. 정부는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전기 사용량을 연간 6%(1조8000억원)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단지 안에 들어선 풍력·태양광 발전소는 새로운 수익원이 된다. 향후 전력거래가 자유화되면, 각 가정에서 사용하고 남은 전력을 다른 지역의 발전회사에 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찾아간 구좌읍은 아직 설계 단계라 공사가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구좌읍 곳곳에 설치된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들은 이곳이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로 선정된 이유를 그대로 보여준다. 10㎿ 규모의 제주 최대 풍력단지가 있는 행원리와 내년 3월 아시아에서 처음 도입되는 해상풍력단지가 들어설 월정리 해안 등이 모두 구좌읍에 속해 있다. 오는 11월엔 수소자동차 3대가 구좌읍에서 시범 운행된다.
월정리 해안에 자리잡은 신재생에너지 연구기지의 남중현 기지운영센터장은 “육지의 여러 지자체와 경합을 벌여 구좌읍이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판명됐다”며 “구좌읍이 지금까지는 만장굴로만 유명했는데 앞으론 스마트그리드로 유명세를 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분에 18번 회전하며 전기를 만들어내는 높이 70m의 풍력발전기를 가리키며, “스마트그리드 단지와 연계한 전력 공급이 추진될 발전시설들”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설계작업이 완료되면, 실증단지 건립을 위한 인프라 구축 작업이 본격화할 예정이다. 가정마다 스마트 계량기를 설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능형 송전망, 디지털 변전소, 신재생에너지용 전력저장장치 등도 지어야 한다.
한전은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저변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14일 에너지포털 서비스를 개시했다. 온라인(pccs.kepco.co.kr)에서 15분 단위로 전기사용량과 요금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가 하면, 누적된 전기사용 패턴을 분석해주는 시스템이다. 14만명에 이르는 100㎾ 이상 고압 사용자를 대상으로 우선 시행되며, 내년 1월부터 원격검침을 받는 저압 사용자 5만8000가구로 서비스가 확대된다. 제주/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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