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글로벌 생산거점 현황
[‘위기가 기회’ 세계속 한국기업 현장을 가다] ⑥ 케이씨씨(KCC)
국외공장 2곳에서 8곳으로…경제위기에도 흑자행진
‘초일류 정밀화학기업’ 비전 2017년 국외 매출 1조 목표
국외공장 2곳에서 8곳으로…경제위기에도 흑자행진
‘초일류 정밀화학기업’ 비전 2017년 국외 매출 1조 목표
지난 7일 저녁 중국 상하이 시내. 현지 재계인사와 만나던 정몽진(사진) 케이씨씨(KCC) 회장의 휴대전화가 급히 울렸다. 중국 조선업체와 선박용 도료 수주협상을 벌이던 신세균 중국법인 대표의 전화였다. 한 대형 해운사가 주문한 수십척의 벌크선 건조에 들어갈 도료의 공급권을 따냈다는 낭보였다. 경제위기 속에서 중국의 올해 전체 선박 주문량의 20%에 달하는 초대형 수주를 따낸 것이다. 해운사가 앞으로 발주예정인 200척 이상의 막대한 물량을 추가로 따는데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정 회장은 “케이씨씨의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국내 최대 건축·산업자재 업체인 케이씨씨의 글로벌경영이 이륙단계를 끝내고 수직상승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중국 상하이 인근의 강소성 곤산시를 시작으로 2004년 베이징, 2007년 광조우, 2008년 인도와 터키에 공장을 차례로 세운 데 이어, 올 6월에는 베트남공장을 가동했다. 두 곳이던 국외 공장이 8곳으로 늘어났다.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베트남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현지 선진국 기업들은 앞다퉈 보따리를 쌌지만, 케이씨씨는 공사를 계속했다. 봉제·가전 수출이 늘고 있어 가전용 컬러강판과 수출용 컨테이너에 들어갈 도료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올 6월 생산을 시작한 베트남공장은 첫해부터 소폭의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케이씨씨는 올해 국외에서 3500억원의 매출과 350억원의 이익을 예상한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흑자행진을 하는 원동력은 뛰어난 기술력이다. 중국 가전용 컬러강판 1위 업체인 허성의 장웬화 사장은 “케이씨씨는 공장이 가깝고, 기술도 세계 최고여서, 2004년 회사설립 이후 줄곧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철저한 사전준비다. 정 회장은 “경쟁사들은 일단 나가고 보자는 식이지만, 우리는 미리 현지영업을 통해 수요를 확보한 다음에 공장을 짓는다”고 말한다. 신설하는 국외공장마다 생산·영업·관리 등을 맡는 5명의 정예 멤버들을 한 팀으로 파견하는데, 모두 현지어에 능통하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발벗고 나서 국외시장을 개척하고 주요 거래처 최고경영진과의 유대를 돈독히하는 것도 큰 힘이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연간 100일을 국외에 머무는데, 영어·중국어·일어·러시아어 등 5개국어에 유창하다. 신 대표는 “선박도료 수주도 회장님이 지난 10여년간 중국 재계 실력자들과 쌓아온 깊은 교분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귀띔한다. 곤산공장이 위치한 천등현의 왕진싱 당서기는 “(정 회장은) 지역경제 기여도가 제일 큰 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케이씨씨는 제2창업 선언과 함께 ‘글로벌 초일류 정밀화학기업’의 비전을 내놨다. 이를 위해 글로벌 생산기지를 두 배로 확대해, 국외 매출을 지금의 3배인 1조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러시아, 중국 서부와 동북3성 지역, 중동, 남미, 동남아 등이 새 후보지들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막내동생인 정상영 명예회장이 창업한 케이씨씨는 51년 동안 “아는 것에서 1등을 한다”며 ‘한우물 경영’을 해왔다.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 중인 태양광 발전의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도 기존 핵심사업인 건축·산업자재와 화학이라는 두 동심원 안에 있다.
상하이·곤산/글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몽진 케이씨씨(KCC)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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