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인상 앞둔 의료·연금보험 등 ‘설’ 들먹여 가입 독려
보험업계가 보험료 인상이나 보장 한도 축소 등이 예정돼 있는 보험상품을 대상으로 과도하게 ‘절판 마케팅’에 나서고 있어 부실 판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보험 판매인들과 대형 대리점들은 아직 확정되지 않는 각종 ‘설’을 들먹이거나, 보장 한도를 축소하는 대신 새로 생기는 혜택 등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상품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실손 의료보험과 연금보험이다. 대형 대리점들은 10월에 실손 의료보험 규정이 변경되면서 보장한도가 90%로 줄고 연금보험료도 인상된다며 소비자들에게 9월 중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10월부터 실손 의료보험 규정이 바뀌면 보험료가 인하되고 그동안 보장이 되지 않던 치매나 한방·치과 치료, 치질 등도 일부 경우에 대해 새로 보장이 이뤄지는데도 이에 대해선 대부분 입을 꾹 닫고 있다. 연금보험도 마찬가지다. 상당수 보험사들은 10월에 새로운 경험생명표가 도입되더라도 연말이나 내년 1월께 보험료를 인상할 예정이지만, 마케팅 과정에서 이런 사실은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가 절판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실적 증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사들은 지난 4월 신규 가입자의 보험료를 5% 가량 올리기에 앞서 2~3월 중에 절판 마케팅을 펼쳐 쏠쏠한 재미를 봤다. 특히 지난 6월 정부가 실손 의료보험 보장 한도를 100%에서 90%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하자 손보사들은 ‘보장한도 축소 전 가입’을 내걸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그 결과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8개 주요 손보사의 7월 매출은 2조9931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663억원(13.9%) 증가했다.
부실 판매 우려가 커지자 손보사 사장단은 지난 15일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완전 판매를 하겠다’는 결의문을 발표하며 비난을 피해가려 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사장단 결의 후에도 시장 질서가 제대로 안 잡히면 여론이 더 나빠질 것”이라며 “업계의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지난 10일부터 9개 손보사를 상대로 사업비 집행과 보험상품 판매 실태에 대한 특별검사를 벌이고 있으며 법규위반이 드러나면 제재할 방침이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