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만에 떨어져
원-달러 환율이 11개월여 만에 1100원대로 내려앉았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1203.8원)보다 9.4원 하락한 1194.4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100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10월1일(1187.0원) 이후 처음이다.
환율은 전날보다 3.7원 내린 1200.1원으로 장을 시작해 곧바로 1200원대를 깨고 내려간 뒤 1193.9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심리가 이어지면서 1194~1195원 선에서 지지를 받았다. 시장참가자들은 환율 1200원 선이 무너지자 외환당국이 미세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화 약세로 역외세력이 달러 매도에 나선데다 외국인 국내 주식 매수 자금까지 유입되며 이날 환율은 강한 하락 압력을 받았다.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올해 들어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코스피 지수는 하락했지만 외국인은 국내주식 시장에서 1200억원 가량을 순매수하며 환율 하락세에 힘을 보탰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 현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고환율 효과를 누리며 수출 경쟁력을 높여가던 국내 수출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의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를 비롯한 대부분의 통화가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고, 대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적응 능력을 키웠기 때문에 수출 경쟁력 약화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엘지(LG)전자 관계자는 “현재 결제가 37개국 통화로 이뤄지기 때문에 달러화의 변동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며 “또한 해외생산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면서 가격경쟁력보다는 품질경쟁력이 우선하면서 환율 변동의 부담이 점차 덜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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