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샹젤리제의 화장품 유통 전문 매장 세포라에서 아모레퍼시픽의 현지 판매 직원이 롤리타렘피카를소비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 향수는 프랑스 향수 시장 점유율 2.4%로 상위 5위를 달리고 있다.
[‘위기가 기회’ 세계속 한국기업 현장을 가다] ⑨ 아모레퍼시픽
‘롤리타 렘피카’ 명품전략
프랑스시장 판매 5위 올라
북미시장 공략 거점으로
‘롤리타 렘피카’ 명품전략
프랑스시장 판매 5위 올라
북미시장 공략 거점으로
“아직 광고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소비자들 반응이 좋아요. 향수는 매장당 2~3개 정도 팔리는 게 보통인데 이번 신제품은 오늘에만 벌써 10개나 팔렸어요.”
프랑스 파리 시내 갤러리라파예트 백화점에서 만난 아모레퍼시픽 프랑스법인의 판매담당 사미나 다야는 신이 났다. 향수 브랜드 ‘롤리타 렘피카’의 새 제품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좋아서다. 롤리타 렘피카는 아모레퍼시픽이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를 참여시켜 개발한 향수로, 최근 몇해간 프랑스 향수시장에서 매출 상위 5위 안에 꾸준히 든 브랜드다.
프랑스는 해마다 새 제품이 700여개나 쏟아지는 향수시장의 세계 최대 격전장이다. 전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다 모여 있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지만, ‘프랑스 1위’는 세계시장 석권의 디딤돌인 까닭이다. 아모레퍼시픽이 1997년 파리에 이 향수를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주위에서는 걱정이 많았다. 향수는 일반 화장품보다 더 세심한 시장조사와 연구개발이 뒤따라야 하는 제품이다. 전인수 아모레퍼시픽 유럽본부장은 “프랑스에서 향수시장 규모는 명품 화장품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데, 이를 공략하기 위해 향수가 프랑스 사람들에게 갖는 의미를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했다”고 말했다.
롤리타 렘피카는 아모레퍼시픽이 프랑스 시장에서 ‘삼수’ 끝에 성공시킨 제품이다. 1990년대 초반 ‘순’과 ‘리리코스’로 프랑스 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초라한 성적을 내고 결국 브랜드를 철수했다. 전 본부장은 “실패의 원인을 따져 보니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 있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제품 개발에서부터 판매까지 ‘철저한 현지화’로 재기를 시도했다.
우선 제품 개발 단계에선 프랑스 사람들이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았다. 프랑스인들이 향수를 쓰는 가장 큰 이유로 ‘향으로 자신을 표현한다’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전혜지 현지 코디네이터는 “가치를 담기 위해 롤리타 렘피카는 향수의 기본인 향뿐 아니라 제품 용기에도 이런 소비자들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도록 했다”며 “첫번째 제품을 내놓을 때는 용기 연구개발에만 1년이 걸릴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회상했다. 이제 롤리타 렘피카는 프랑스 전역 2000여 화장품 매장에서 만날 수 있고, 한해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지 소비자 취향과 시장 흐름을 읽고 연구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이다. 현재 프랑스법인의 200여 임직원 가운데 한국인은 전 본부장을 비롯해 6명뿐이다.
아모레퍼시픽이 프랑스 향수시장에서 얻은 교훈은 다른 한국산 제품의 시장 공략 전략에도 적용될 수 있다. 프랑스에서 삼성, 엘지(LG)전자의 휴대전화와 티브이(TV)가 누리는 인기의 배경에는 가격이나 단순한 품질 경쟁력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자리잡고 있다. 이에 대해 코트라의 파리코리아비즈니스센터장은 “프랑스 사람들은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문화와 이미지를 산다’는 말이 있다”며 기능이나 효용을 넘어 품격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지 소비자들과 호흡하려는 다양한 문화 마케팅의 필요성도 덧붙였다.
프랑스 향수 시장에서 성공을 바탕으로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 ‘글로벌 뷰티 10위 기업’에 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또 다소 정체된 향수시장을 넘어 일반 화장품 브랜드인 ‘라네즈’로 시장 공략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3월 루이뷔통모엣헤네시(LVMH)그룹 계열의 화장품 유통업체 ‘세포라’의 프랑스 매장에 입점했고, 오는 10월에는 스페인 매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파리/글·사진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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