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경제] 아하 그렇구나
세입·세출 고려한 국가 재무건전성 분석 지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빼야 의미있어
세입·세출 고려한 국가 재무건전성 분석 지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빼야 의미있어
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내년도 나라 살림살이 얼개(예산·기금안)를 보면, 세금 등으로 거둬들일 돈인 ‘총수입’은 287조8000억원, 복지비 등으로 쓸 돈인 ‘총지출’은 291조8000억원으로 돼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총수입, 총지출은 일반회계뿐 아니라 특별회계, 정부관리기금까지 모두 포괄하고 있습니다. 총수입에는 국세수입뿐 아니라 세외수입, 기금수입이 모두 들어 있는 것이지요. 이른바 통합재정입니다.
위에서 보듯 정부에서 거둬들이기로 계획 잡고 있는 돈에서 쓸 돈을 빼면 재정적자는 4조원인데, 어찌된 일인지 내년 나라 살림살이의 적자는 32조원이라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나라 살림살이의 적·흑자 상태를 살펴보는 지표는 통합재정 수지가 아닌, 관리대상 수지를 쓰기 때문입니다. 관리대상 수지는 나라 전체의 재정을 다 포괄시켜서 보는 통합재정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을 빼고 계산한 것입니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장성 기금이 포함될 경우, 재정 건전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금들은 미래에 급여로 지급될 재원이어서 실질적 흑자로 따지기 어려운 탓이입니다. 따라서 32조원의 재정적자는 총지출과 총수입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지출(268조1000억원)과 수입(236조1000억원)에 따라 나온 재정수지인 것이지요. 이렇게 관리대상 수지로 재정적자 규모를 발표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였습니다. 지금은 정부 예산을 통합재정으로 따지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예산을 편성하고 설명할 때 사용한 기준은 ‘일반회계’였습니다. 용도에 제한이 없는 세금을 재원으로 하기 때문에 지출 규모를 결정하는 지표로 적합하고, 실질적 재정활동의 상당 부분을 포괄하고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일반회계만으로 나라 전체의 재정규모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통합재정 기준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관리대상 수지로 따진 나라 살림은 내년에 32조원 적자를 보이지만, 내년 이후로는 해마다 차츰 나아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전망치로는 재정적자가 2011년에 27조5000억원, 2012년 16조1000억원, 2013년 6조2000억원으로 줄어 2014년쯤엔 균형에 이르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를 두고는 경제성장률을 5% 안팎으로 잡은 데 비해, 세수 전망치를 너무 낙관적으로 본 데 따른 것이어서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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