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반잠수식 시추선 모습. ‘밥상’모양처럼 생긴 이 구조물은 바다 한가운데 떠서 해저에 묻혀있는 원유를 시추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 ‘해양플랜트’ 건조 현장을 가다
치치칫…. 지난 1일 경남 거제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앞바다에 떠있는 거대한 반잠수식 시추선 내부 곳곳은 용접 불꽃 튀는 소리로 귀가 먹먹했다. 45m 높이 기둥 4개가 사각꼴의 설비를 받치고 있는 모양은 마치 ‘밥상’처럼 생겼다. 생김새는 둔해 보여도 5000㎾ 엔진 8대와 기둥 밑에 프로펠러를 동력으로 삼는데다, 바람 부는 방향에 따라 위치를 제어하는 시스템까지 갖췄다. 안에는 158명을 수용할 선실, 체육관, 비디오방 등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반잠수식 시추선 5호인 이 해양구조물은 70%가량 완성 단계로, 내년 5월께 노르웨이 원유 시추회사로 인도될 예정이다. 해양생산2팀 박성량 차장은 “한 대에 5억~6억달러짜리 비싼 몸”이라고 귀띔했다. 바로 옆 4호 시추선은 이날 브라질 페트로브라스의 자회사인 페트로서브에 인도됐다. 대우조선해양은 반잠수식 시추선 건조·수주량이 세계 1위다. 반잠수식 시추선 수주 세계 1위
선박 위치제어등 기술력도 최고
“기름 한방울 안나도…시추선 기술은 독보적”
해양플랜트, 업계 ‘블루오션’ 등장 해양플랜트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에스티엑스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조선업체 모두 마찬가지다. 현재로선 설계, 구매, 제작, 운송, 현장설치까지 책임지는 ‘턴키방식(일괄수주방식)’으로 해양플랜트를 건조할 능력을 갖춘 곳은 한국 업체들이 독보적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의 해양플랜트 신규 수주 규모는 총 158억달러에 달했다. 바다 밑바닥에 원유·가스를 뽑아낼 구멍을 뚫는 설비를 갖춘 배인 ‘드릴십’ 수주는 2005년 이후 국내 조선업체들이 모두 싹쓸이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 네덜란드 에너지기업인 로열더치셸이 발주한 500억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 부유식 원유저장 하역설비를 수주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세계 최초 부유식 원유생산저장 하역설비(FPSO) 전용 도크를 완공하는 등 설비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형 해양플랜트 발주는 하반기에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달 중 대규모 가스전 개발사업인 오스트레일리아 고르곤 프로젝트의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모듈 최종낙찰자 선정을 앞두고 수주 전쟁을 벌여온 국내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에서 개발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설비도 국내 업체들이 입찰 경합 중이다. 대우증권 성기종 연구원은 “일반 선박 수주 부진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국내 대형조선업체들은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해양플랜트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도/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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