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위기때 소비자동향 조사
지난해 가을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고소득층은 국외여행, 저소득층은 내구재(냉장고·세탁기·승용차 등) 소비를 가장 많이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저소득층은 고소득층과는 달리 교육비 지출도 크게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 조사’ 내용 가운데 항목별 소비지출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의 지난 9월 수치와 금융위기로 소비심리가 최악으로 추락했던 지난해 12월의 수치를 비교한 결과다. 소비지출전망 시에스아이는 앞으로 6개월 후의 소비지출 여부를 소비자들에게 물어 산출한다.
월소득 500만원 이상 고소득의 경우, 국내외 여행비 지출전망 시에스아이가 지난해 12월 64로 석 달 전인 9월의 101에 견줘 37포인트 떨어졌다. 이 하락폭은 전체 8개 부문 가운데 최고치다. 월소득 500만원 이상 가구의 국내외 여행비 지출전망 시에스아이는 올해 3월까지 70대 중반에 머무른 뒤, 경기회복 신호가 조금씩 나타나자 5월 92, 7월 98 등으로 빠르게 올라갔다. 한은 관계자는 “이 통계에서 ‘국내외 여행’ 항목은 사실상 해외여행으로 봐도 된다”며 “고소득층들은 위기를 맞아 여행에 대한 욕구를 눌렀다가 경기가 회복신호를 보내자 이를 실현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고소득층의 경우, 외식비(30포인트), 내구재와 의류비(각각 26포인트), 교양·오락·문화비 24포인트 등 금융위기를 전후로 한 시기에 지출전망 시에스아이 편차가 컸다.
이와 달리 저소득층은 경기 상황에 따라 소비 욕구의 진폭이 고소득층에 비해 크지 않았다. 월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의 지출전망 시에스아이의 경우, 내구재 지출전망 시에스아이가 같은 기간 18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특히 월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의 교육비 지출전망 시에스아이 격차가 15포인트로 월소득 500만원 이상 가구(7포인트)에 비해 2배나 됐다. 이는 저소득층이 경기 불황기 때 고소득층보다 교육비를 훨씬 많이 줄였다는 걸 뜻한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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