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 DTI 규제 ‘약발’ 재건축·경매시장 위축될듯

제2금융 DTI 규제 ‘약발’ 재건축·경매시장 위축될듯

분양시장 쏠림·전세과열 가능성

금융당국이 12일부터 제2금융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주택시장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처가 재건축 아파트와 경매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9월7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수도권으로 확대된 뒤 아파트값 상승률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상승세가 지속되는 등 파장이 크지는 않았다. 제1금융권에만 규제가 적용되면서 일부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이동해, 9월에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순증액이 1조3000억에 이르는 등 이른바‘풍선효과’가 나타났다.

부동산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시장의 예상보다 신속하게 제2금융권까지 규제 수위를 높였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주택 수요자들의 매수심리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꺾이면서 거래가 감소하고 일부 급매물이 나오는 등 당분간 집값 조정국면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지난 9월 규제로 한달 동안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효과를 내고 있었다”며 “이번 추가 조치로 가격 조정국면이 더 길어지게 됐기 때문에 규제에 민감한 고가 주택이나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가격이 조정된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제2금융권 대출 의존율이 높은 경매 시장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규제 이후 경매시장은 오히려 더 많은 돈이 몰리고 낙찰가율도 올라가는 양상을 보였다. 지지옥션의 자료를 보면, 1월 71.57%였던 낙찰가율은 계속 상승해 지난달에는 90.72%를 기록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경매 시장 낙찰자의 대부분이 제2금융권에서 낙찰 잔금 대출을 받고 있어 이번 규제는 경매 시장에 직격탄과 같다”고 말했다.

반면 대출 규제에서 자유로운 신규 분양시장으로 쏠림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아파트 중도금 등 집단대출은 이번 규제 강화대상에서 제외된다. 전세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주택을 매입하려던 수요 일부가 전세로 돌아서면서 전세 수급불균형을 심화시킬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제1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서민들은 제2금융권을 많이 이용하는데, 대출이 힘들어지면서 전세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에 수도권에 입주하는 아파트 물량이 많아 전세난을 완화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조민이 스피드뱅크 팀장은 “전세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판교새도시 1만7000가구 등 하반기 수도권에 대단지 입주가 몰려 있어 전세난은 상반기보다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춘화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