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잠재성장률 3%대? 4%대?
국회재정위 보고서, 정부 전망과 큰 격차
출구전략 전환시점 판단 관련 ‘착시’ 우려
출구전략 전환시점 판단 관련 ‘착시’ 우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은 9일 우리나라의 올해 잠재성장률이 3% 후반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잠재성장률 수준을 정확히 파악해 출구전략 전환 시점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잠재성장률은 노동과 자본 등 생산요소를 최대한 활용해서,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 수준을 뜻한다. 따라서 잠재성장률 수준에 대한 정확한 파악은 재정운용이나 인위적인 경기부양책 동원 여부를 정할 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은 <국정감사 정책현안 보고서>에서 “1980년대 잠재 성장률이 7% 초반에서 1980년대 중반에는 3저 호황에 힘입어 8%대 후반까지 올랐지만, 1990년 이후 하락세를 지속했으며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5% 이하로 하락했고 2009년에는 3.8%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국경복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8월 삼성경제연구소가 추정한 수치가 일리가 있다고 보고 이를 참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3% 후반’이라는 분석은 ‘4% 후반’으로 보는 정부의 시각과는 큰 차이가 난다.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을 인용해 2000~2005년 잠재성장률 추정치를‘4.5%’정도로 보고 중기 경제운용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물론 정부도 지난 7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9~2010년 사이 회원국들의 잠재성장률이 나라에 따라 0.6~1.0%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며 “우리나라도 잠재성장률이 올해 일시적으로 하락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내년 이후에 서서히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삼성경제연구소는 “1990년대 이후 잠재성장률이 둔화된 원인은 노동, 자본 등 요소투입에 의한 성장효과가 축소된 가운데 기술 진보 등 생산성 향상은 미흡했기 때문”이라며 “현 경제구조가 유지되는 한 향후 잠재성장률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위기 뒤 잠재성장률이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고 빠른 속도로 회복하기도 어렵다면, 정부의 중기재정운용계획에도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4%를 회복한다고 보고, 2011년 이후에는 경제성장률을 5%로 잡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이보다 크게 낮은 상태라면 정부의 성장률이나 세수 전망은 과도한 것이다. 만약 이를 무리하게 달성하려다 보면, 뒤에 부작용이 따를 수도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현재 4% 후반이고 앞으로 5% 정도의 성장 달성은 무리한 것이 아니라는 견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졌다고 해도 4% 후반대는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며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통한 내수 시장 확대, 녹색산업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 등을 바탕으로 잠재 성장률을 5%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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