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이젠 EQ넘어 AQ”…과자에 예술을 입힌다

등록 2009-10-13 19:55

크라운제과 윤영달 회장의 예술경영
창작 활동서 길러지는 예술가적지수(AQ) 기업경영에 도입
직원간 팀웍·친밀도 높아져...작품, 소비자 호응에 매출 쑥쑥
‘이제는 예술지수(Artistic Quotient)다!’

생산성 향상과 실적 개선에 매달리는 기업들은 임직원들의 지능지수(IQ)와 감성지수(EQ) 높이기에 열을 올린다. 매출을 늘리려고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나 이런 지성이나 감성 자극은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기업인이 있다. 바로 크라운해태제과그룹 윤영달 회장(사진)이다. 그는 예술 작품을 직접 만들어 내는 능력을 ‘예술지수’(AQ)라고 이름짓고 이를 일상적인 경영에 접목시키고 있다.

그는 “이제 제과업체뿐 아니라 어떤 제조업체라도 제품의 질은 대체로 평준화된 시장에 놓여 있다. 소비자들은 ‘가치’를 찾아 소비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예술지수를 높이는 것이 제품의 가치를 높이게 되고 우리 기업이 앞으로 살 길”이라는 게 윤 회장의 소신이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의 크라운해태제과그룹의 연수원인 330여만㎡ 규모의 ‘송추아트밸리’는 예술경영의 현장이다.

지난 10일 오전 11시 연수원 곳곳은 소란스럽다. 연수원 계곡에선 10여명의 임원들은 청소를 하느라 바쁘고, 한켠에선 디자인매니저들이 과자 포장지로 다양한 조형물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연수원에서 등산로를 따라 1시간반 거리에 떨어져 있는 공작마당에는 마케팅 담당 임직원들이 목마 제작 경연을 펼치고 있다.

크라운해태제과 직원들이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아트밸리에서 나무를 깎아 목마를 만들고 있다.  양주/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크라운해태제과 직원들이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아트밸리에서 나무를 깎아 목마를 만들고 있다. 양주/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이런 임직원 활동의 결과물이 모두 번듯한 예술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결과물은 임직원들 사이에 소통이 원활해지고 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 초에 이뤄진 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인수에 따른 ‘조직간 불협화음’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이날 산 중턱에 따뜻한 볕이 내리쬐는 공작마당에선 32명의 마케팅 담당 임직원이 4명씩 조를 짜서 목마 제작에 들어갔다. 각 조원들은 이날 아침 처음 인사를 한 사이이다. 전국 각지의 마케팅 현장에 흩어져 얼굴조차 모르고 지냈던 이들도 한자리에 모였다. 예술 작품을 만드는 일이기에 가능하다. 껌 브랜드마케팅팀의 이우현 팀장은 “목마를 만드는 것은 단순해보이지만 어떤 주제로 만들 것인지, 일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등을 하나하나 협의하면서 진행하게 된다”며 “이런 과정에 무엇보다 팀웍과 친밀도가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영업조직 운영에도 예술지수 고양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영업조직은 크게 10개 본부로 나뉘어 있는데, 각 본부마다 ‘디자인매니저’라는 직책을 두고 있다. 이들은 디자인 전문가들이 아니다. 영업 일선에 뛰면서 대형마트 등의 제품판매 공간을 예술적으로 만드는, ‘박스 아트’를 시작한 게 디자인매니저의 시초다. 이제는 서울디자인올림픽과 한-중 수교 기념 전시회 등에도 작품을 전시할 정도의 수준이 됐다.

크라운제과 윤영달 회장
크라운제과 윤영달 회장
윤 회장이 예술지수 높이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여기에 쏟아부을 돈과 시간에 광고라도 하나 더 찍지 ‘뭐하는지 모르겠다’는 핀잔을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예술지수 강화 뒤 회사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크게 좋아진 탓이다. 크라운제과는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2006년 고작 1.7%에서, 2007년 3.2%, 2008년에 7.4%, 올해 상반기엔 8.8% 등으로 꾸준히 치솟고 있다.

해태제과도 크라운이 인수한 첫해인 2005년에 2418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엔 5518억원으로 배 이상 늘었고, 영업이익은 220억원 적자에서 163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경기침체에도 일궈낸 성적이기에 그 의미도 더 깊다. 소성수 홍보팀장은 “박스 아트(왼쪽사진) 등을 시작한 뒤 대형마트에서는 이제 전시물을 치우면 ‘다시 좀 놓아달라’고 요구한다”고 전했다.


윤 회장의 주간 일정은 이렇다. 월요일에는 ‘조각가와의 대화’, 수요일에는 임직원과 함께 문화예술 전문가들을 불러 강연을 듣는 ‘모닝 아카데미’, 금요일에는 ‘국악인들과의 마당’에 참여한다. 모두 반나절 걸리는 행사다.“그럼 일은 언제 하시느냐”는 질문에 윤 회장의 답변은 이렇다. “소비자 앞에 가치있는 제품을 내놓기 위해선 임직원 그리고 제가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입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