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재정계획에 이미 반영…서민들에 사실상 증세
정부가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를 내년부터 대대적으로 폐지하거나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30조원에 가까운 세금 비과세·감면 총액은 약 70%가 서민·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이라, 이를 폐지·축소할 경우 사실상 취약계층에 대한 증세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기획재정부는 1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대책을 물은 김광림 의원(한나라당)에 대한 서면답변에서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는 2010년 이후에 비과세·감면 축소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과세·감면 축소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세수확충 계획은 이미 지난 9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중기재정운용 계획에 반영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제성장률에 견줘 2011년 이후 세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김성식 의원(한나라당)의 질문에 윤영선 재정부 세제실장은 “비과세·감면 축소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2011~2013년 정부의 세수 전망은 조세연구원의 추계와 16조1000억원의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세제개편을 통해 추가로 거둬들일 세수 목표치로 해석된다. 연도별로 보면 2011년 3조1000억원, 2012년 5조8000억원, 2013년 7조2000억원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감세 기조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내년에 적용될 예정인 법인세·소득세의 추가 세율 인하 뒤부터는 증세가 본격화하는 셈이다.
비과세·감면의 축소·폐지는 불가피하게 취약계층에게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는 “2008년 조세지출 가운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비중이 70.1%인 20조7587억원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2008년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에 따른 조세지출액은 국세의 15.0%인 29조6321억원이었다.
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내년 세제개편안에서 고소득 근로자와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 감면 축소와 함께,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폐지, 신용카드 소득공제 감면 축소, 해외펀드 소득세 비과세 폐지, 장기주식형펀드 소득공제 폐지, 장기회사채펀드 배당소득 비과세 폐지 등을 밝힌 바 있다. 또 이와 별도로 에너지 다소비 가전제품에 5%의 개별소비세를 물리는 내용의 증세안도 이미 발표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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