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승 중앙대 교수 경고
최근 들어 정부가 녹색투자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 마치 벤처투자가 한창이던 때와 비슷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녹색투자가 한때의 ‘거품’으로 끝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3~24일 제주에서 열린 한국재정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강철승 중앙대 교수(국제경영대학원)는 ‘한국의 녹색성장과 녹색금융정책 방향’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같은 우려를 내놨다. 강 교수는 “10여년 전에는 외환위기와 벤처가 등장했고 지금은 금융위기와 녹색이 나왔다”며 “과거 벤처육성 정책들이 이름만 녹색으로 바꾼 채 재연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녹색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녹색인증제’를 도입하려하는데, 이는 벤처육성 과정에서 정부가 벤처를 인증하고 벤처캐피탈을 통해 투자를 유도했던 과정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어 강 교수는 “‘녹색’을 규정할 기준이 없어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고 인증된 녹색기술 및 녹색기업의 수 등 실적을 두고 부처간 경쟁이 빚어질 수 있다”며 “과거 벤처기업 인증기준도 이런 식으로 변질되면서 시장에서 거품이 쌓여갔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녹색금융의 개념이 불명확하고 기업의 정보공개가 부족하며 투자분석기관의 분석체계가 세워져 있지 않다”며 녹색투자가 거품으로 그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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