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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고용위기, 10여년 땜질정책이 낳은 고질병”

등록 2009-10-26 20:34수정 2009-10-26 21:33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전 한국노동연구원장)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전 한국노동연구원장)
[3분기 GDP 2.9% 성장] 일자리 왜 침체됐나
최영기 경기개발연 수석위원, 중장기 전략 촉구
재정지출로 지탱하고 있는 일자리는 사상누각
중기·자영업 경쟁력 강화…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지금의 고용위기는 지난 10여년간 누적된 결과로 봐야한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26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고용전략을 수립하지 않으면 앞으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더라도 ‘고용없는 성장’이 심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우선, 우리 경제의 고용사정 악화를 초래한 출발점을 좀 더 멀리 내다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단지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일자리 문제를 접근해선 안된다는 뜻이다. 그는 “경기회복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성장이 고용으로 연결되고 고용이 다시 소득증대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회복에 비해 고용회복이 더딜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고용회복을 재정지출에 상당부분 의존했다. 그 결과 대규모 실업사태는 막았다. 희망근로프로젝트 사업 등이 고용을 어느 정도는 떠받쳐줬다고 본다. 문제는 재정지출이 중단되는 시점이다. 경기지표가 상당히 호전되고 있지만, 그만큼의 일자리 창출은 보이지 않고 있다. 재정지출에 의한 일자리 사업이 중단된다면 상황은 급격히 악화될 수도 있다.”

- 과거 경제위기 회복기와 비교하면 어떤가?


“세계적으로 1990년대 이후 일자리 사정이 한번 나빠지면, 경기가 회복되고 나서도 나아지지 않는 게 일반적 현상으로 굳어졌다. 우리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이후에는 그나마 비교적 고용사정을 개선시킬 수 있었던 요인이 1990년대 후반 벤처 투자와 2000년대 초에 형성된 카드 경기다. 특히 벤처 부문은 새로운 인력수요처가 되면서 고용회복에서 상당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번 경제위기 이후에는 이런 식의 틈이 안보인다. 경기회복이 되더라도 일자리 창출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다.”

- 자영업 취업자 감소가 심각해보인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정리해고된 사람들이 대기업 정규직이 많았다. 이런 사람들은 명예퇴직금 등으로 어느 정도 자산을 가지고 퇴직을 한 경우였다. 자영업으로 독립하려는 시도가 뒤따랐고 벤처로 뛰어든 이들도 적잖았다. 하지만 이번 경제위기는 대기업 정규직을 대량 방출시킨 경우가 아니다. 게다가 대형 매장의 확산으로 자영업이 밀려나가는 현상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고질적 고용위기란 어떤 것인가?

“외환위기를 벗어났다고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고용위기는 계속돼 왔다. 당장 공식 실업자 수를 훌쩍 뛰어넘는 수백만명의 취업애로계층이 있다. 양적으로 고용창출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더 이상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취업을 하고 있더라도, 곧바로 실업에 처할 위험이 큰 사람들이 적잖다는 뜻이다. 다른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대량 실업 및 장기실업의 문제를 우리는 다른 형태로 겪고 있는 셈이다.”

- 정부는 녹색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에선 녹색성장보다 녹색일자리가 더 강조된다. 똑같은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녹색’을 ‘성장’으로 받아들일 건지, ‘일자리’로 받아들일건지는 다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린잡’을 강조하고 있는 대목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4대강 살리기와 같은 대형 건설사업을 하는 것과 기존 건물의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개보수작업은 일자리 창출효과에서 차이가 크다. 일자리를 염두에 둔다면, 더 노동집약적인 후자를 택하는 것이 맞다.”

“고용위기, 10여년 땜질정책이 낳은 고질병”
“고용위기, 10여년 땜질정책이 낳은 고질병”

- 수출 효과가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경기회복에서도 환율 덕을 많이 봤다. 결과적으로 수출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면, 산업 양극화 혹은 고용 양극화로 귀착된다. 문제는 이런 구조를 뜯어고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상당히 구조적인 문제들과 연동돼 있어,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려는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선뜻 나서려하지 않는다. 당장 중소기업이나 자영업 경쟁력 강화에 비중을 둔다면, 환율처럼 빠른 효과를 볼수 없다. 한마디로 인기없는 정책인 셈이다. 참여정부 때도 동반성장전략을 꾀하면서 고민은 많았지만, 말만 꺼내놓고 결행을 못했다. 좌파 분배논쟁에 휘말린 탓이다.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운 현 정부가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의 내용을 이런 방향으로 채워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미래 산업을 발굴하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고민하는 등 고용친화적 정책수립이 필요하다.”

- 어떤 고용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이 정부가 처음 들어설 때 고용전략이 전혀 안보였다. 규제완화와 감세정책, 비즈니스프렌들리 기조만 유지하면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일자리도 늘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경기가 저점을 지난만큼, 단기 일자리 사업에 계속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기 보다는 3년 혹은 5년에 걸친 체계적 고용전략을 짜는게 낫다.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산업정책 및 재정·금융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고용친화적 관점에서 재조정하는 종합적 고용전략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는 잡셰어링이나 워크셰어링을 긴급한 위기를 넘기기 위한 임시방편으로만 활용했지만, 왜곡된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방향으로 설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대기업 정규직의 과도한 근로시간을 줄이고 임금제도를 유연화한다면, 안정적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다. 지금과 같은 경직된 임금체계에선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노동부가 고용정책의 주무부처라는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이 정부 들어선 노동부가 너무 위축된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경제부처들이 고용문제에 비중을 두는 것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부가 뒤로 물러서 있어선 안된다는 뜻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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