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운데)가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제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의 이틀째 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노벨경제학상 스티글리츠 교수 연설
GDP지표, 단기 성과만 측정 ‘지속가능성’ 못밝혀
“보건·고등 포함한 국제 공통지표 개발 나설 때”
GDP지표, 단기 성과만 측정 ‘지속가능성’ 못밝혀
“보건·고등 포함한 국제 공통지표 개발 나설 때”
국내총생산을 기준으로 한 경제발전 측정은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방하는 데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거품이 잔뜩 낀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간접적으로 국내총생산에 포함됐다. 적어도 성장 지표로는 2005~2007년 미국 경제에 문제 될 게 없어 보였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제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 이틀째 회의 기조연설에서 “총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발전 측정방법의 문제가 지난해 금융위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며 “미국 기업이익의 40%가 금융 부문에 치우쳐 있었고 부동산 거품이 심각했지만, 지디피는 이런 위기를 드러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스티글리츠는 지난해 1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요청으로, 지디피 통계의 한계를 보완하는 대안지표 개발에 착수해 최근 중간 발표를 했다. 그는 “잘못된 경제발전 측정은 정책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경제 및 환경의 지속 가능성, 보건과 고용 등을 포함한 사회적 웰빙, 계층 간 불평등 문제 등이 담긴 새로운 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흐름에 대해서도 그는 ‘성장률’의 한계를 경계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세계 경제가 1년 전에 비해 매우 나아졌지만 결코 회복에 다다르지는 못했다”며 “3분기 이후 유럽에서도 경제회복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지속 가능한 경제회복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회복으로 가는 과정에서 부동산 문제와 높은 실업률 등 곳곳에 걸림돌이 있어 성장률만으로 낙관하기 이르다는 뜻이다.
또 그는 “아시아가 세계 여러 지역 가운데 경기침체에 대한 대처 능력이 상당히 뛰어났다”며 “아시아가 대체로 상황이 좋았기 때문에 한국의 성장률이 그렇게 놀랄 정도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성장률은 시장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어 신뢰할 수 있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전망까지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디피 통계는 단기적 경제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설계됐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스티글리츠 교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글로벌 경제 및 환경문제가 선진 8개국만의 대처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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