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 3분기 순이익과 순이자마진(NIM)
3분기 순이자마진 개선됐어도 “금리인하 어려워”
주택대출 과당경쟁 여파…신규대출자만 손해
주택대출 과당경쟁 여파…신규대출자만 손해
은행 실적은 좋아졌다는데 가산금리는 왜 안 내리나?
시중은행들이 2분기보다 대폭 향상된 3분기 실적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특히 은행 수익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이전보다 크게 높아진 게 특징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런 실적 회복에도, 올해 들어 크게 올린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는 당분간 내리지 않을 태세다.
신한금융지주는 3일 3분기 당기순이익이 4913억원으로 전분기에 견줘 11.7% 증가했다고 밝혔다. 1~9월 누적 순이익은 1조491억원으로 올 들어 금융지주사 가운데 처음으로 1조원대에 진입했다. 최대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3분기 288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 분기보다 43% 늘었고 순이자마진은 3.05%로 전분기보다 0.28%포인트 상승했다.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국민은행의 경우 3분기 당기순이익(2312억원)이 전 분기 대비 1.5% 증가했고, 순이자마진도 0.04%포인트 상승해 2.20%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411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무려 140% 늘었고, 순이자마진도 1.65%에서 1.8%로 좋아졌다. 하나은행 역시 전 분기보다 24.3% 늘어난 211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순이자마진은 5개월 연속 상승해 1.72%를 기록했다.
이처럼 3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과는 달리, 은행들은 가산금리 인하에 대해선 한결같이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순이자마진이 올라가고 있지만, 금융위기 전의 2% 초·중반 수준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라며 “가산금리를 당장 낮추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가산금리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많아 고민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은 가산금리 인하를 결정할 때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은행들이 과거 실적 악화를 이유로 가산금리를 올려놓고서, 실적이 좋아졌는데도 가산금리를 내리지 않는 것은 제 잇속만 챙기는 행태라는 지적을 받는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말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급락해 이자수익이 줄자, 신규 대출자에 대한 가산금리를 크게 올려 줄어든 수익을 벌충했다. 이에 따라 2007년만 해도 1%대 초반이던 가산금리는 올해 3%대까지 올랐고, 시디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출하는 3개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대까지 치솟았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선뜻 내리지 못하는 것은 2006~2007년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하면서 스스로 출혈경쟁을 벌인 탓도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시 자산확대에 적극 나선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기 위해 1%도 채 안 되는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을 했다”며 “올해 들어 시디금리가 급락해 마진 확보가 쉽지 않자 신규 대출자를 대상으로 가산금리를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은행이 과거 출혈 경쟁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신규 대출자를 희생양으로 삼은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규 대출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과거 대출자의 가산금리를 올릴 수도 없고 은행으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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