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별 취업자 비중 국제 비교
[실업급여 100만명 시대 고용정책 판을 바꾸자] ⑪ 전문가 좌담
네덜란드 ‘파트타임 정규직’으로 고용률 높여
네덜란드 ‘파트타임 정규직’으로 고용률 높여
덴마크식 ‘황금삼각형’ 모델이냐, 네덜란드식 ‘일자리 나누기’ 모델이냐?
전문가들은 고용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사례로 두 나라를 꼽는다. 이들 나라는 기업이 필요에 따라 인력을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유연성을 크게 늘린 대신, 일자리를 잃더라도 생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사회보장 울타리를 쳐주는 ‘유연 안전성’을 안착시켜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금재호 소장은 “우리도 덴마크처럼 고용 보호를 완화할 건지, 네덜란드처럼 임금을 희생해 고용을 늘릴 것인지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는 1993년 실업률이 9.6%로 치솟는 등 ‘유럽의 병자’로 일컬어질 만큼 지독한 경제위기를 겪었다. 이에 90년대 중반부터 강력한 노동시장 개혁 정책을 폈다. 기업한테는 성별·인종 등의 이유가 아니라면 자유롭게 해고할 권한을 줬다. 대신 노동자들한테는 해고 뒤에도 기존 임금의 90% 수준으로 실업급여를 최대 4년까지 지급했다. 정부가 재취업도 적극 돕는다. 유연한 노동시장, 소득안전성, 직업훈련 등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 3가지가 조화를 이룬 이른바 ‘황금 삼각형’ 모델이다. 덴마크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 노동자의 10%도 안 된다.
네덜란드는 임금 억제와 고용 확대를 맞바꿔 경제위기를 극복한 경우다. 1982년 노사정이 맺은 바세나르 협약을 통해 노동자는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정부·사용자는 노동시간 단축, 시간제 근로(파트타임) 활성화로 일자리 늘리기에 합의했다. 1980년 54%였던 네덜란드의 고용률은 지난해 76%까지 올랐다.
어느 쪽이 한국에 더 적합할까? 금 소장은 “소득세율이 높고 사회통합이 잘돼 있는 북구형 모델을 따라가기엔 한국 경제 규모가 너무 크다”며 네덜란드 쪽 손을 들어줬다.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나누기’도 네덜란드식 모델에 가깝다.
하지만 무조건 선진국 사례를 ‘이식’한다고 해서 위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윤진호 교수는 “네덜란드처럼 단시간 근로를 활성화하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에서 파트타이머는 근로시간만 짧을 뿐 정규직과 임금, 노동조건, 사회보장제도 혜택 등이 동일하다. 본인이 원해서 파트타이머를 선택한 경우가 70% 이상이고, 정규직으로 옮겨갈 문도 활짝 열려 있다. 노동조건이나 이직 등에 있어 파트타이머와 정규직 사이 벽이 완전히 막혀 있는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윤 교수는 또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이미 덴마크 수준에 근접해 있다”며 “덴마크처럼 해고를 쉽게 하려면 정부가 먼저 실업급여 확대 등 안전대책을 내놓아야 가능한데, 이명박 정부는 안전대책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