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침울한 금강산관광 11돌
정부 미온적…관광재개 기미 없어
금강산을 다녀오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금강산 관광 11돌을 맞았지만 ‘관광 재개’의 희망이 보이지 않은 탓이다. 지난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합의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없다.
현 회장은 18일 임직원 20여명과 함께 금강산에서 조촐한 기념행사를 여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행사는 정몽헌 전 회장 추모비 참배, 기념사,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결의문 낭독 등의 차례로 진행됐다. 현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1년4개월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사업 정상화를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각오를 다지려 방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도 “이제 긴 터널의 끝자락까지 왔다”며 “반드시 올해 안에 좋은 소식이 들려올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현대의 이런 바람과 달리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구체적인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회담을 개최하거나 제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방북자의 신변 안전을 북쪽 당국에서 먼저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관광 재개가 가능하다는 기존 방침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북쪽 반응도 아직 냉랭하다. 이날 기념행사에도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실무파트너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관계자 5~6명만 얼굴을 내밀었을 뿐, 현대그룹 쪽에서 기대했던 고위인사와의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다.
금강산과 개성 관광 중단으로 2000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을 보고 직원의 절반 이상이 회사를 떠난 현대아산으로선 답답할 따름이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이젠 정부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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