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세에도 차츰 탄력이 붙고 있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57.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1153.0원)보다는 4.1원(0.36%) 오른 것으로, 사흘째 이어진 연중 최저치 행진은 일단 멈추게 됐다. 시장 주변에서는 역외 세력들이 뒤늦게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환율을 다시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미ㆍ중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절상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이 나올 것이란 예상이 빗나가자, 그동안 아시아 통화를 지나치게 내다팔았던 역외 세력들이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환율이 오름세로 돌아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분간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은 거세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직·간접적으로 추가 하락을 방어하고 있음에도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1195.9원)에 견주면 채 한달도 지나지 않아 40원 가까이 내려앉은 상태다. 여기에 더해 한·중·일 아시아권 순방에 나섰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내세우며, 사실상 아시아권 국가들의 통화 강세를 압박하고 나선 것도 환율 하락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환율 하락은 회복기에 접어든 우리 경제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수입 원자재값 하락으로 물가안정에 보탬을 줄 뿐더러, 실질 구매력을 높여줘 내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점은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중 우리 경제가 가파른 속도로 회복세를 탈 수 있었던 데는 환율 상승(원화 가치하락)에 따라 국외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환율 효과’ 덕을 톡톡히 누렸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도 환율 하락이 자칫 기업실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양해정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환율 하락 영향이 통상 3~4분기 이후 기업실적에 반영된다는 점을 볼 때 내년 3~4분기 기업실적이 하강 사이클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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