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미국의 독특한 덤핑마진 계산방식인 ‘제로잉’(Zeroing)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처음으로 제소했다. 25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포스코 등 국내 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미국의 제로잉 관행으로 피해를 입은 제품들과 관련해, 24일 세계무역기구에 제소 조처했다고 밝혔다. 대상이 된 품목은 스테인레스 박판(얇은 판)과 후판(두꺼운 판), 다이아몬드 절삭공구 등 3개다. 제로잉은 수출 가격이 국내 가격보다 낮을 때는 차액을 덤핑마진으로 계산하지만, 반대일 때는 마이너스로 계산하지 않고 0으로 간주해 덤핑 관세율을 높이는 것으로, 세계무역기구 회원국 가운데 미국만 시행해온 무역보복 관행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 2007년 2월 이후, 반덤핑 원심조사 단계에서 덤핑률 산정 때 제로잉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그 이전 원심에 대해선 소급 적용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제소한 것도 포스코의 1999년 원심조사 등에 관한 것이다. 이번 소송에서 한국 쪽이 승소하더라도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미국이 판정 결과를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과 유럽연합(EU)도 제로잉 관행에 대해 수차례 세계무역기구에 미국을 제소해 승소했지만, 미국은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