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당 부채 추이·가계신용 추이
제2금융 대출 늘어 3분기 가구당 89만원 증가
소득은 감소…금리인상 겹치면 상환 능력 급감
소득은 감소…금리인상 겹치면 상환 능력 급감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늘면서 우리나라 가계가 진 빚이 사상 처음 700조원을 넘어섰다. 경제위기로 소득은 줄고 있는데다 내년 이후 금리마저 인상될 가능성이 커 ‘가계부채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가구당 빚 4213만원 꼴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3분기 중 가계신용 동향’을 보면,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712조8000억원으로 2분기보다 15조원(2.2%) 늘었다. 가계신용 잔액은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 1분기에 5년9개월 만에 줄어들었다가 이후 2분기 연속 증가세다. 가계신용 잔액이란 가계가 금융기관 등에서 꿔온 가계대출 잔액과 신용카드나 할부금융 등으로 외상 거래한 대금(판매신용)을 합한 것으로, 가계가 갚아야 할 전체 부채 규모를 뜻한다. 9월 말 가계신용 잔액을 통계청이 추계한 올해 가구 수(1691만7000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4213만원씩 빚을 지고 있는 꼴이다. 이는 2분기(4124만원)보다 89만원 늘어난 규모다. 1인당 부채는 1462만원으로 2분기(1431만원)에 비해 31만원 불어났다.
가계대출이 늘어난 데는 은행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제2금융권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증가 폭이 2분기 8조2000억원에서 3분기 4조7000억원으로 줄었고, 특히 주택담보대출 증가액도 7조10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이와는 달리, 저축은행, 보험 등 비은행권 금융기관의 대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같은 기간 증가 폭이 5조6000억원에서 9조4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판매신용 역시 소비심리 회복세를 타고 증가 폭이 2분기 3000억원에서 3분기 1조원으로 늘어났다.
■ 소득은 줄어 가계부실 우려 가계 빚이 급증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정작 가계가 벌어들이는 소득은 줄고 있어 가계부실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전국가구(2명 이상)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1년 전보다 1.4%, 실질소득은 3.3% 줄었다. 게다가 내년 이후 금리마저 상승하면 가계의 빚 상환 능력이 급격히 악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2010년 한국경제 회복의 6대 불안요인’ 보고서를 내어 “가계 빚이 급증한 상태에서 금리 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은 가처분소득을 감소시켜 소비위축과 경기침체를 초래할 것”이라며 “특히 금리 인상에 따라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개인파산이 증가하게 되면, 제2금융권을 시작으로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가계 빚이 이렇게 늘고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성장률의 빠른 회복이라는 외양과는 달리 내면적으로 곪아가고 있다는 증거”라며 “금리를 급격히 올릴 경우 가계발 금융위기의 뇌관에 불을 붙일 수도 있는 만큼, 부동자금의 투기화를 막고 산업자금으로 흐르게 하는 방향으로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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