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5%’→‘2~4%’…경기 따라 통화정책 탄력운영 여지 커져
현재 ‘2.5~3.5%’인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가 내년부터 3년 동안 ‘2~4%’로 확대된다. 물가안정 목표의 상한선이 높아지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물가상승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만큼,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여력이 커지게 된다.
한은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2010~12년에 적용될 물가안정 목표를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3.0%를 기준으로 상하 1%포인트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적용될 물가안정 목표는 2~4%로 현재보다 상하 변동 폭이 0.5%포인트 커진다.
한은은 “일시적 물가 급변동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않고 기조적 물가 흐름을 판단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책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할 필요성을 감안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한은은 3년 평균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물가안정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방식 대신 내년부터는 연 단위로 목표 달성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한은은 “연 단위로 평가할 경우 통화정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의 이번 결정은 내년 이후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울 고려해 통화정책에 융통성을 부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한은의 통화정책이 물가보다는 경기 쪽에 더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유선 대우증권 경제금융팀장은 “내년에 세계 경제 여건으로 볼 때 물가는 오를 수 있는데, 경기는 빨리 좋아지기 힘든 상황”이라며 “물가 범위를 넉넉하게 잡아놓음으로써 금리 인상 압박에서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목표 상한이 높아진 만큼 기준금리 인상 폭도 제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태근 한화증권 연구원은 “당국이 긴축정책으로 전환하는 데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기준금리 인상이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금리를 올리더라도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은은 “물가 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점을 반영해 물가목표 범위가 확대된 것일 뿐,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도 “물가목표 변동 폭에 조금 여유를 둔 것은 맞지만, 금리 인상 시기나 폭과 관련해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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