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총괄 대표이사
구학서 회장 등 경영 이선으로
차세대 성장동력 찾는 게 ‘숙제’
차세대 성장동력 찾는 게 ‘숙제’
신세계가 대주주 3세인 ‘정용진 지배체제’의 막을 본격 올렸다. 30일 신세계는 정용진(41) 경영지원실 소속 부회장을 1일자로 총괄 대표이사에 내정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경영 총괄업무를 맡아온 구학서 부회장은 회장으로 승진했다. 또 신세계 백화점 부문 석강 대표와 이마트 부문 이경상 대표가 상임고문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고, 부산 센텀시티 점장이었던 박건현 부사장과 신세계푸드 최병렬 대표이사가 각각 백화점과 이마트 대표를 새로 맡게 됐다.
정 부회장은 지난 1995년 전략기획실 이사대우로 입사한 뒤 경영 수업을 쌓는 데 주력해 지금껏 공식 결재선에 있지는 않았다. 최근까지도 신세계 경영지원실에서 부회장이란 직급만 달고 뚜렷한 직책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임원 인사에서 ‘총괄 대표이사’라는 직책을 맡게 돼, ㈜신세계의 경영을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하게 된 것이다.
정 부회장은 고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로 1997년 신세계가 삼성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지 10년, 신세계 입사 15년 만에 3세 경영인으로서 그룹 주력회사의 사령탑을 맡게 됐다. 정 부회장은 2006년 아버지 정재은 명예회장한테 지분을 양도받아 현재 어머니 이명희 회장에 이은 2대 주주다.
승진한 구 회장은 1999년 이래 10년 동안 총괄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대주주의 뜻과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의 실무를 조율하는 구실을 맡았다. 신세계 관계자는 “구 회장은 그룹사 전체 경영을 조율하는 데 주력하게 될 것”이라며 “정 부회장이 맡은 ‘총괄 대표이사’는 경영 실적을 책임지는 공식적 자리인 만큼 일선 경영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신세계의 이번 임원 인사는 회장 1명, 대표이사 내정자 5명, 부사장급 8명을 포함한 승진 48명, 업무위촉 변경 17명 등 모두 65명 규모다. 또 전문경영인이었던 구 회장 체제에서 2003~2004년 이래 함께 한 석강·이경상 대표가 물러나고 다음 세대 경영진이 등장하는 것도 새로운 체제의 출범을 알린다. 정 부회장은 지난 5월 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에 대해 “선대 회장님(고 이병철 회장)의 스타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업적도 모두가 인정한다”고 평가하면서, 자신은 “대주주 경영인으로서 장기 사업 비전을 찾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올 들어 주요 경영진 배석 없이 공개 기자간담회를 여는 등 대외활동 폭을 넓혀왔다.
구 회장 세대가 계열 분리 이래 인수합병과 그룹 계열사의 틀을 짜는 일을 마쳤다면, 정 부회장 체제는 이제 대형마트의 상품력 강화와 백화점의 차별화된 서비스라는 사업 고유의 경쟁력을 최대치로 높이고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는 숙제가 남아있다. 신세계는 이에 맞게 조직을 개편하면서 이마트 부문은 상품본부를 식품과 비식품 2본부 체제로 바꾸고 백화점 부문에는 고객서비스 본부를 신설했다.
한편, 정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37) 조선호텔 상무도 이번 인사에서 2단계를 뛰어올라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어머니 이명희 회장이 삼성그룹에서 백화점과 호텔업을 계열 분리해 나온 전례가 있어, 정 부사장의 경영 행보도 계속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신세계 푸드 대표이사로는 신세계 백화점부문 정일채 부사장이, 조선호텔 베이커리 대표이사에는 신세계 경영지원실 배재봉 상무가 각각 선임됐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왼쪽부터 박건현 백화점 대표, 최병렬 이마트 대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