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선례 남길까, 고객 항의 커질까 고민
더는 먹이를 줄 필요가 없는 ‘그물 속 물고기’인가? 회사 기여도가 높은 ‘우수 고객’인가?
에스케이(SK)텔레콤이 애플 아이폰 출시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옴니아2 보조금을 20만원에서 40만원으로 확대하면서 난처한 처지에 몰렸다. 인하 전 가격으로 옴니아2를 구입한 고객들의 보상 요구와 불만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달 26일 옴니아2의 보조금을 두 배로 확대한 데, 이어 지난 30일에는 옴니아2에 대대적인 경품을 걸었다. 선착순 구매자 1만5000명 모두에게 외장메모리나 차량용 충전기 등 액세서리 1종을 제공하고, 이 가운데 60명을 뽑아 4박6일 캐나다 여행상품을 주기로 했다. 하루 평균 600명 수준이던 옴니아2 가입자가 여행상품 경품이 발표된 30일 7350명으로 늘어나는 등 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이보다 앞서 옴니아2를 구매한 이들은 속이 쓰릴 수 밖에 없다. 지난 10월 말 옴니아2 출시 직후에 20만원의 보조금을 받고 78만원에 단말기를 산 차정현씨는 “스마트폰은 일반 휴대전화와 달리, 다양한 기능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구매자들의 사용기나 커뮤니티의 평가가 중요한 구매 요소로 작용한다”며 “아이폰 출시설이 있었지만 국내 이통사의 서비스에 대한 믿음을 갖고 앞서서 제품을 구매한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오히려 무시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 2007년 미국에서 아이폰을 출시한지 두 달 만에 가격을 200달러 내렸다가, 기존 구매자들의 반발에 부닥치자 기존 구매자에게 100달러짜리 상품권을 제공한 바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으로선 아이폰의 초반 인기를 발판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는 케이티(KT)를 팔짱 낀 채 바라볼 수는 없는 처지다. 그러나 보조금과 공급가가 수시로 달라지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보상이나 소급적용의 선례를 남기는 건 더 고민스러운 일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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