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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친기업이 친경제는 아니다

등록 2009-12-06 18:00수정 2009-12-06 18:48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친기업, 반노조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취임 초기 대통령 직통전화 번호를 기업가 100여명에게 알려주더니 최근에는 파업중인 철도공사에 가서 반노조 발언을 예사로 하고 있다. 대통령의 철학이 이러니 철도공사, 한국노동연구원 등에서 사용자 측이 필요 이상으로 강경한 태도를 고수한다. 그 결과 철도공사에서는 파업으로, 한국노동연구원에서는 직장폐쇄로 엄청난 분란과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대통령의 친기업, 반노조 철학이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친기업, 반노조가 경제를 망친 사례가 많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들의 공통점은 반기업적 태도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의 러시모어 산에는 미국 대통령 네 명의 얼굴이 18미터 높이로 새겨져 있는데, 그것은 초대 대통령 워싱턴, 3대 제퍼슨, 16대 링컨, 26대 루스벨트다. 이들 대통령의 공통점은 부자와 기업에 비판적이었다는 점이다. 제퍼슨은 “금융계는 군대보다 더 위험하다”라고 했다. 링컨은 “노동은 자본에 선행하며 독립적이다. 자본은 노동의 아들이며, 노동 없이는 애당초 존재조차 않을 것이다. 노동은 자본보다 우위이며, 더 우대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친노동적 발언을 했다. 링컨이 암살되었을 때 부통령이었으며, 그의 뒤를 이어 대통령직을 수행한 앤드루 존슨은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나면서 “우리가 다음에 싸워야 할 전쟁은 금융과의 전쟁이다”라고 술회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부자가 있다. 범죄자 부자와 바보 부자”라고 반부자 발언을 했고,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이나 후나 항상 대기업과 정면으로 싸웠기 때문에 ‘독점분쇄자’란 별명을 갖고 있다.

이들과 반대쪽에 친기업적 대통령들이 있다. 친기업적 대통령 중에서 존경받는 대통령은 거의 없다. 1884년 민주당 클리블랜드가 대통령에 취임하자 재계에서는 공화당보다 반기업적이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자 클리블랜드는 “제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정부 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기업은 전혀 없을 것입니다. 정권이 바뀐다고 혼란이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안심시켰다. 그는 친기업으로 일관해서 실업자 시위와 철도 파업을 군대를 투입해서 진압했다. 농민들의 약소한 구제기금 안건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채를 소유한 부자들에게는 4500만달러를 선물했다. 친기업 대통령은 주로 공화당이 많은데, 1920년대의 하딩, 쿨리지, 후버, 그리고 레이건, 아버지와 아들 부시가 손꼽힌다. 친기업적 대통령들은 임기 중 경제성적이 나빴고, 심지어 대공황과 이번 경제위기를 일으킨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친기업이 거꾸로 경제를 망치고, 반기업이 경제를 살린다는 역설적 현상은 음미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친기업을 표방하고 나선 이명박 대통령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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