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한은 기준금리 2% 동결…이성태 총재 ‘출구전략’ 시사
이성태(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내년 세계경제와 우리경제 전망은 밝은 편”이라며 “앞으로 매달 경기나 물가를 짚어가면서 (금리 인상) 타이밍을 잡는 고민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제의 불확실성에 무게를 두던 기존의 발언에 비춰볼 때, 이 총재의 이런 언급은 조만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현재 연 2.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해, 기준금리는 10개월째 동결됐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3분기까지 집중됐던 재정지출이 10월 이후 많이 줄어들면서 4분기 경제가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으나 지난 2개월간의 움직임을 봐서는 성장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불안요소는 있지만 크게 봐서 세계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판단”이라며 “내년에 선진국은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며 특히 중국이나 동남아 등의 전망은 상당히 괜찮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의 이런 낙관적 경기 전망은 선제적 통화정책에 대한 강조로 이어졌다. 이 총재는 “지표로서 모든 것을 확인하고 행동에 옮기면 늦다는 게 통화정책의 특성”이라며 “당분간 통화정책의 초점을 경기 살리기에 맞춘다는 것이 금리를 움직이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출구전략과 관련해서도 “현재 우리는 문에서 저만치 떨어진 상태인데, 빠져나가려면 문 근처로 조금씩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출구전략에 대비해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려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고용 부진을 이유로 출구전략 시행을 미뤄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경기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인 원인으로 고용이 줄어든 측면도 있는데, 이 부분까지 다 회복되기를 기다려 통화정책을 시작하면 너무 늦고 새로운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가 금리 인상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내년 1분기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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