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통상장관 회의에 참석한 각국 장관들이 3일 낮 제주 서귀포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한라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아펙 '제주성명' 채택
도하협상 탄력받을듯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회원국들이 비농산물(공산품) 분야의 관세장벽을 대폭 낮추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 홍콩에서 열릴 제6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의 도하개발의제 협상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미·중 등 21개 아펙 회원국들은 3일 ‘아펙 제주 성명’을 채택하고 “회원국들은 비농산물 분야 교역에서 비교적 과감한 관세감축 방식인 ‘스위스 공식’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위스 공식은 각 나라의 관세율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배제하고 관세가 높다면 더 많이 감축해야 하는 방식으로, 공산품 수입국인 개도국들은 이에 반대해 왔다. 회원국들은 또 도하협상의 주요 의제인 서비스 분야에서도 높은 수준의 자유화 목표를 수립하는 한편, 올해 말 홍콩 각료회의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얻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외교통상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의장 성명에서 “회원국들이 선진국은 2010년, 개도국은 2020년까지 무역·투자 자유화를 달성하기로 한 보고르 목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고, 도하협상을 위한 실질적이고도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합의가 홍콩 각료회의에서 세계무역기구 다른 회원국들에게 순탄하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아펙이 세계 교역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거의 절반에 달하지만 세계무역기구의 도하협상 타결은 148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를 전제로 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아펙에서 성명을 채택했다고 바로 실행되는 것은 아니며 향후 세계무역기구에서 주요 회원국들의 합의를 거쳐야 한다”며 “제주 성명은 도하협상 체결의 단초를 마련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과 미국 통상대표는 이날 만찬을 겸한 양자 회담을 열고 두 나라의 현안을 논의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 롭 포트먼 대표는 이 자리에서 △쇠고기 수입재개 △스크린쿼터 축소 등을 우리 쪽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 통상교섭본부장은 “광우병 위험에서 비롯한 미국 쇠고기 수입금지는 전문가 협의에서 만족스런 결과가 나오면 해결될 것이고, 스크린쿼터 축소는 민감한 문제지만 영화계와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의에선 미국 쪽이 당분간 새로운 협상 출범은 힘들다는 뜻을 밝혔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