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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기대 너무 컸나…‘미소금융’ 700명중 600명 헛걸음

등록 2009-12-23 19:32수정 2009-12-24 11:16

미소금융 대출을 받으려는 시민들이 23일 오후 서울의 한 하나미소금융재단 사무실을 드나들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미소금융 대출을 받으려는 시민들이 23일 오후 서울의 한 하나미소금융재단 사무실을 드나들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대기업·은행들 잇따라 문열어…방문·문의 쇄도
신용등급 안맞고 생활자금 등 ‘자격미달’ 많아
홍보부족에 대출조건 이해·확인 힘든점도 문제
“신용등급이 7~10등급이라야 대출 기본요건이 되는데, 조회를 해보니 6등급이 나오네요.”

가게 운영자금을 빌리려고 23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하나미소금융재단을 찾은 김정숙(56·가명)씨는 상담을 맡은 자문위원의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컴퓨터자수업체를 운영하다 형편이 어려워진 김씨는 “조금만 도와주면 재기할 수 있다”며 대출을 부탁했지만, 신용등급 조건이 맞지 않았다.

김씨는 “현금서비스를 받은 게 있어 혹시 한두 달 후에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때 다시 방문해달라”는 자문위원의 말을 위안삼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미소금융 지원 대상과 주요 상품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5일 삼성그룹을 시작으로 현대자동차, 에스케이(SK)그룹 등 대기업과,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은행에서 잇따라 문을 연 미소금융재단에 서민들의 방문과 전화문의가 줄을 잇고 있지만, 대출을 위한 ‘1차 관문’을 지나는 게 만만치 않다. 영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창업자금과 운영자금을 빌려주는 미소금융의 기본 취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생활자금 대출을 문의하거나, 여러 가지 대출 요건 가운데 한두 가지를 총족하지 못해 ‘자격미달’로 판정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날 하나미소금융재단에서 오전 10시부터 11시 사이에 상담을 받은 방문자 4명 모두가 1차 심사에서 탈락했다. 처음 상담을 받은 이현영(47·가명)씨는 자신이 경영하는 결혼중개업소의 운영자금을 빌리려 했지만 ‘사업자등록을 한 지 2년이 지나야 운영자금 대출이 가능하다’는 대출 조건을 맞추지 못했다. 창업자금을 대출받으러 광주에서 올라온 이호영(55·가명)씨도 헛걸음을 했다. 서울에 있는 미소금융재단은 서울에서 사업체를 운영할 영세자영업자에게만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씨를 상담한 자문위원은 “대출을 해주고 나서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해 사후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만 대출을 할 수밖에 없다”며 “곧 문을 열 광주의 미소금융재단에 이씨의 신청서를 넘겨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나미소금융재단이 상담을 시작한 22일에는 40명 가운데 24명이 대출 자격을 갖춰 1차 심사를 통과했다.

지난 17일 문을 연 우리미소금융재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2일까지 나흘 동안 714명이 찾아 상담을 했지만, 대출 조건을 갖춘 경우는 129명에 그쳤다. 23일 오전에도 상담을 하러 온 36명 가운데 28명은 대출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돌아가야 했다. 우리미소금융재단 관계자는 “창업자금 대출은 자기자금의 100% 범위 안에서만 받을 수 있고, 운영자금을 빌리려면 2년 이상 업체를 운영해야 하는데 이 조건들을 충족하지 못해 실망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며 “조건이 다소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출 조건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들거나 자신의 조건을 확인하기 불편해 무작정 미소금융재단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용등급 조건의 경우 대출 신청일 현재 한국신용정보, 한국신용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 등 3대 신용평가회사 가운데 한 곳 이상에서 개인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로 평가받아야 한다. 문제는 자신의 신용등급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신용등급은 신용평가사 누리집에서 회원가입을 한 뒤 확인할 수 있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재단 누리집에서 신용등급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와 협의중이다.


대도시 거주자의 경우 보유재산이 1억3500만원 이하, 기타지역은 8500만원 이하라야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고만 안내할 뿐, 재산목록과 가격 계산 방식에 대해서는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고 있다. 미소금융중앙재단 관계자는 “부동산, 임차보증금, 예금·적금·유가증권, 자동차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채무와 관련해서도 보유재산 대비 채무액의 비율이 50%를 넘는 경우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기본적인 내용만 알려져 있다.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 한도 금액이 모두 채무로 인식된다는 것과, 대부업체의 채무는 심사단계에서 확인이 안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대출 신청을 할 때 대부업체의 채무는 스스로 정확히 고지를 해야 한다. 나중에 대부업체의 채무를 빼놓은 게 밝혀지면 대출금을 회수당할 수 있다.

김수헌 김경락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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