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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기부의 계절, 기부의 경제학

등록 2009-12-27 21:31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거리에 구세군 냄비가 등장하고 딸랑딸랑 종소리가 울리는 걸 보니 또 한 해가 가는가 보다. 연말이면 가난한 이웃을 위해 한 푼의 돈을 기부하는 것이 일종의 관습이 되고 있다. 기부와 계절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사람은 죽음을 앞두고 공통적으로 세 가지 후회를 한다고 한다. 첫째, 남에게 베풀지 못한 점. 둘째, 조금 더 참지 못한 점. 셋째, 너무 바쁘게 살아오느라 하고 싶은 것을 못한 점. 기부와 관련된 것은 첫째 후회다. 인생의 끝에 가서야 비로소 남을 돕지 못한 것을 후회하듯이, 우리들은 한 해가 저물 때 비로소 남에게 베풀지 못하며 한 해를 보낸 걸 후회하는가 보다. 그래서 연말이 기부의 계절이 되는 게 아닐까.

지난해 우리나라의 기부금 총액은 1조6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0.16%였다. 이에 견줘 미국의 기부금 총액은 3000억달러(377조원)로 국내총생산의 2.2%나 됐다. 총액으로 보나 비율로 보나 우리 사회의 분발이 요구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거둔 올해 모금액이 지난 24일 현재 1000억원을 넘었는데, 지난해에 견줘 조금 줄어든 액수라고 한다. 아무래도 불경기의 여파가 기부금액에까지 미친 모양이다. 경제학은 인간을 자신의 만족 혹은 이익을 극대화하는 이기적인 존재로 가정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부라는 이타적 행동은 마땅히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최근 경제학에서는 인간의 이타성을 설명해주는 다양한 이론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무정부주의자 크로폿킨은 1902년에 출간된 <상호부조론>에서 곤충이나 동물들한테도 이타적 행동은 무수히 발견되며, 오히려 이타적 행동이 이기적 행동보다도 보편적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이 문제는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쓸 때 깊이 고민했던 주제였다. 남을 누르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개체가 환경에 더 잘 적응해서 살아남는다는, 이른바 ‘적자생존’의 원리는 흔히 다윈의 이론인 것처럼 오해받고 있지만, 사실은 다윈의 이론을 사회현상에 적용한 허버트 스펜서의 이론이다.(지난 3월2일 이 꼭지에 실린 ‘경쟁이냐 협력이냐’라는 글 참조)

스펜서는 무자비한 생존경쟁을 강조했고, 빈자에게 자선을 베푸는 것은 “잡초 제거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반대했다. 역시 사회진화론자인 윌리엄 섬너는 “백만장자는 자연도태의 산물”이라며 적극 옹호했다. 이처럼 사회진화론은 부자의 이익, 강자의 이익에 봉사하는 이데올로기다. 성선설과 성악설은 오랜 논쟁거리지만, 최근 심리학의 연구에서는 성선설 쪽의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쥐 한 마리가 먹이를 먹는 순간 옆 칸에 있는 쥐는 전기충격을 당하게 되는 실험을 했더니 쥐가 결국 먹는 것을 포기하더라고 한다. 미물인 쥐조차 남의 고통에 대한 연민이 있는데, 하물며 인간이야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자본주의 시장경제도 이기심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측은지심과 동정심이 있어야 움직이는 체제다. 추운 겨울이 조금이나마 덜 춥게 느껴지도록 우리의 기부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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