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임직원들은 31일 침통한 분위기에서 2009년의 마지막 날을 보냈다. 워크아웃이 신청이 결정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인력 감축 등에 대한 불안감으로 뒤숭숭한 모습이었다. 금호산업의 한 과장급 직원은 “설 연휴 사흘 내내 전직원이 출근해서 워크아웃 이후 상황에 대비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노동조합 인터넷 게시판은 ‘몇명이나 자를라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는 등 종일 술렁였다.
금호그룹은 내년 초까지 인력 감축방안 등을 포함한 세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짜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기인사 때 임원이 대폭 줄어드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박찬법 그룹 회장은 지난 30일 워크아웃 이후 열린 사장단 모임에서 “워크아웃 기업에는 노사가 따로 없다”며 “내년엔 조직의 축소, 비용절감 등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탄탄한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삼구 명예회장도 워크아웃 신청을 결정한 뒤 소집된 임원회의 자리에서 “내부적으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외부적으로 획기적인 수익을 창출해 경영정상화를 앞당기자”고 당부했다.
임직원들 사이엔 ‘위기 극복’을 다짐하고 서로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숙연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이날 종무식에서 김종호 금호타이어 사장은 “지금의 위기는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성장통이 될 것”이라고 직원들을 다독였다. 한 계열사 게시판에는 ‘그룹 관련 주식사기 운동을 벌이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30일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 등 계열사 임원 3명은 금호석유화학 주식 7만주(0.31%)를 사들였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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