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제1차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 진행을 지켜보고 있다. 김경호 기자jijae@hani.co.kr
아시아나주식 금호석화에 ‘헐값 매각’ 논란 일어
채권단 “경영권 프리미엄 반영한 제값 받아오라”
채권단 “경영권 프리미엄 반영한 제값 받아오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개시됐다. 하지만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일부를 금호석유화학에 넘긴 것을 두고, 일부 채권단이 ‘헐값 매각’이라며 추가적인 매각 대금 납입 등을 요구하고 있어 워크아웃 과정에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6일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고, 채권액 기준으로 전체 75% 이상의 찬성을 얻어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7일부터 약 3개월간 금호산업에 대한 채권행사를 유예하고, 자산 실사를 거쳐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립한 뒤 금호산업과 이행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은 자구계획으로 비업무용 자산 매각과 각종 비용 절감 방안 등을 포함하는 고강도의 구조조정 방안을 이행해야 한다”며 “신규 자금 지원 등을 통해 금호산업이 빠른 시일 안에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협의회에서 일부 은행들은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놓고 “금호산업의 기업가치를 훼손한 것”이라며 지분의 원상회복 또는 적절한 보상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금호산업은 워크아웃을 신청하기 9일 전인 지난달 21일,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주식 33.5% 가운데 12.7%(2227만주)를 주당 4275원(952억원)에 금호석유화학에 넘겼다. 금호산업은 당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하지 않은 채 당일 종가로 지분을 매각했다.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헐값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넘겼다고 판단해 금호 쪽에 해결방안을 내놓으라고 통보했다”며 “금호석유화학에서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추가로 매입 대금을 내놓으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또 “금호 쪽이 가져올 대안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손해 보고 가만있을 수는 없다”고 말해, 금호 쪽이 채권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에 대해 금호그룹 쪽은 “채권단에서 협의해 결정하는 바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금호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을 때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넘기기로 약속했고, 헐값 매각도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논의과정에서 채권단 사이에 갈등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간 지분 이동엔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이지 않는 게 보통”이라며 “워크아웃 이후 채권 회수를 염두에 두고, 채권단 사이에 기싸움을 벌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금호타이어 채권단도 이날 산업은행에서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어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했다.
김수헌 황예랑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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