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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KTX로 40분…지리적 여건도 좋아 경쟁 우위 선점
혁신·기업도시 “세종시 퍼주기로 다른지역들 죽을판” 격앙
혁신·기업도시 “세종시 퍼주기로 다른지역들 죽을판” 격앙
6일 <한겨레>가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전국 혁신도시와 기업도시의 토지 공급가격을 받아 비교해 보니, 이들 도시의 평균 공급가격은 3.3㎡ 당 172만원으로 행정도시의 토지공급가격 36만~40만원보다 4.3~4.8배나 높았다. 전국 혁신도시 가운데 울산이 299만원으로 토지 공급가격이 가장 높았고, 대구가 293만원으로 두 번째로 높았다. 이들 지역의 토지 공급가격은 세종시의 7.5배 수준이었다. 또 강원과 경남이 각각 195만원, 183만원으로 4~5배, 제주, 경북, 광주·전남, 전북이 각각 156만원, 155만원, 149만원, 147만원으로 3~4배로 나타났다. 혁신도시 가운데 토지 공급가격이 가장 낮은 충북도 96만원으로 세종시의 2.5배에 달했다. 원주, 무주 등 6개 기업도시 가운데 토지 공급가격이 유일하게 결정된 충주도 3.3㎡ 당 47만7000원으로, 세종시보다 더 높았다.
세종시의 토지 공급가격이 이들 지역보다 훨씬 낮은 것은 정부가 대기업 등에 원형지 형태로 땅을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원형지는 기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땅으로 땅값이 싸고, 토지조성 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개발자가 원하는 대로 개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반면, 혁신·기업도시는 기반시설 등을 조성한 조성원가로 땅을 공급하기 때문에 땅값이 상대적으로 높다.
더욱이 세종시는 서울에서 케이티엑스로 40분, 자동차로 1시간30분에 닿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우며, 바로 북쪽인 천안까지 수도권 전철이 다닌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을 고려하는 기업들에게는 다른 어떤 혁신·기업도시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지방정부들이 우려한 ‘세종시 블랙홀’ 현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이것은 행정도시의 애초 취지인 지역균형발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기도 하다.
혁신·기업도시가 들어설 다른 지역들은 “세종시 퍼주기로 다른 지역이 다 죽게 됐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먼저 세종시 인근의 충북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충북은 세종시에서 10㎞가량 떨어진 곳에 오창과학산업단지, 오송생명과학단지,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등을 조성하고 있어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충북지역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정범구 민주당 의원은 “세종시 수정으로 혁신도시 추진을 가로막으면 정부는 전국민적인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도시와 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산업단지, 경제자유구역 등을 추진하는 대구·경북도 마찬가지다. 김영철 계명대 교수(대구사회연구소장)는 “대구·경북이 교육·과학·지식 산업으로 활로를 열려 하는 데 똑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세종시에 이런 특혜를 주면 대구는 말할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김경욱 김성환, 청주/오윤주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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