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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유가·원화 떨어져 ‘지표상 빠른 회복’ 착시

등록 2010-01-26 19:48

경제성장률·실질 국내총소득 추이
경제성장률·실질 국내총소득 추이
한은 “지난해 실질소득 2.1% 늘었다”
도소매·음식숙박업 실질소득은 되레 줄어
4분기 민간소비 0.1% 줄어…올해도 걱정
‘19조5799억원’. 2009년 한해 동안 늘어난 실질 국내총소득(GDI) 규모다. 실질 국내총소득이란 수출입 단가 등 교역 조건의 변화를 반영해 국민들이 누리는 실질 구매력 크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꿰찬 주머니 크기를 모두 더하면 20조원에 가깝다는 뜻이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9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을 보면, 지난해 우리 경제가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했음을 알 수 있다.

성장률은 0.2%를 기록해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비켜 갔다. 특히 지난해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2008년에 견줘 2.1% 늘어나 성장률(0.2%)을 크게 웃돌았다. 경제 규모보다 국민들의 주머니 크기가 더 빠른 속도로 커졌다는 얘기다. 외환위기 이후 해마다 실질 국내총소득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럴듯한 성적표 뒤엔 어두운 구석이 가려져 있다. 실질 국내총소득이 늘어난 데는 경기 둔화에 따른 유가 하락과 원-달러 환율 상승이라는 ‘특별선물’ 덕이 크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2008년에 배럴당 평균 94.29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지난해 평균 61.29달러로 떨어졌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평균 1276.40원으로, 2008년보다 13.6%나 상승했다. 유가가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수출입 조건이 유리해져, 국민의 실질 구매력이 커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 금융위기로 유가가 떨어지고 원화 가치가 하락한 데 따른 반작용으로, 우리 경제가 지표상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일종의 착시 효과를 보인 셈이다. 체감경기와 밀접하게 관련된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의 실질소득은 지난해 되레 줄어들었다.

올해 들어 사정은 더욱 녹록지 않다. 한은은 올해 평균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83달러로 지난해보다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용시장은 더 큰 변수다. 2008년 기준으로 15살 이상 생산가능인구는 해마다 43만7000명씩 늘어나는 데 반해, 올해 정부가 내세운 취업자 수 증가 최대목표치는 25만명 선이다.

당장 민간소비의 회복 탄력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지난 4분기 중 민간 소비는 3분기에 견줘 0.1%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김명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일시적 조정일 뿐 성장동력이 꺾였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많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위원은 “이른 시일 내에 고용시장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그간의 회복세를 이어가기는 힘들다”며, “늦어도 올해 1월을 고비로 경기선행지수도 꺾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일섭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해 회복세는 금융 부문의 일시적 충격이 사라진 데 따른 자연스런 급반등일 뿐, 실물 부문의 성장동력은 구조적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평가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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