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부터 차례로 태국식 샐러드 얌운센, 캄보디아식 돼지갈비찜, 베트남식 쌀국수. 터치오브스파이스 제공·<한겨레> 자료사진
대상, 아시아 음식점 선봬
농심도 카레식당 가맹사업
웰빙 바람에 ‘에스닉’ 주목
농심도 카레식당 가맹사업
웰빙 바람에 ‘에스닉’ 주목
말레이시아식 닭 꼬치, 인도네시아식 매콤한 볶음밥 나시고랭, 캄보디아식 돼지갈비찜, 싱가포르 소스로 볶은 에그누들… 대상그룹 계열 아시아 음식점 ‘터치 오브 스파이스’가 선보이는 외식 메뉴들이다. 흔히 아시아 음식이라고 하면 한·중·일 음식 삼국지는 별도로 제쳐 두고, 베트남 쌀국수나 태국 스프 돔양꿍 정도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밖에도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는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음식 문화가 넘친다.
터치 오브 스파이스는 이런 아시아 각국 음식과 향신료를 테마로 지난해 말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1호점을 열었다. 대상은 ‘청정원’ 브랜드로 장류·조미료 등을 생산하다 보니 요리사 인력이 풍부한데, 이들이 각국을 돌며 우리 입맛에도 맞을 메뉴들을 뽑아냈다. 지금은 이를 살짝 뒤섞거나 한국화해 시장 반응을 보고 있다.
미국식 서구 외식 문화의 상징이었던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가 퇴조하면서, ‘에스닉’·‘아시아’를 테마로 한 음식 문화가 뜨고 있다. 이는 먹거리 사업에서 ‘웰빙’이 필수 가치로 자리잡은데다, 최근 피자·햄버거·치킨 등 고열량·영양 불균형 식품의 방송 광고 시간을 제한하는 ‘웰빙 입법’까지 이뤄지는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다. 외식·식품 업계가 ‘비서구’·‘슬로푸드’의 열쇳말을 찾다보니 ‘아시아’와 ‘에스닉’의 가치에 주목하게 된 셈이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카레의 변신과 인기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우리 외식·식품 업계는 ‘3분 카레’로 인스턴트 음식 이미지가 강했던 카레를 슬로푸드로 다시 돌려놓고 있다. 카레 향신료인 ‘강황’이 건강에 유익한 웰빙 식재료라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자, 외식 업계가 카레를 에스닉 슬로푸드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식품 업계가 강황의 비율을 높인 프리미엄 카레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농심도 올해 들어 직영점으로만 운영하던 카레 레스토랑 ‘코코이찌방야’를 가맹 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농심 카레레스토랑 추진팀 김성환 팀장은 “올해는 그동안 쌓아올린 농심의 외식사업 역량을 가맹점 사업으로 발전시켜가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농심이 본격적인 외식 가맹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처음으로, 불황이었던 지난 2년은 소수 직영점 체제에 머물렀다.
대기업들의 외식업 모색은 불황이 이어지면서 한동안 주춤했지만 올해 경기 회복 움직임이 이어지자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식품 대기업들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측면도 커서 외식업에 주목한다. 농심은 외식업 식재료를 공급하던 경험이 있고, 대상도 기존 요리사 인력을 활용하고 대표 제품인 ‘마시는 홍초’를 외식업 디저트로 쓰는 등 기존 사업과의 연결 고리를 활용한다. 대상은 아시아 음식점 말고도 한식 등 4개 외식 브랜드를 추가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아시아 음식의 선전 배경에는 ‘한식 세계화’에 대한 관심도 깔려 있다. 한식 역시 세계에 나가서는 아시아적 향신료 느낌이 강한 ‘에스닉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한식·중식·일식의 별도 카테고리로 꼽히지만 세계에 나가면 아시아의 일원으로 꼽히게 된다는 것이다. 핀 외식 연구소 김성균 컨설턴트는 “지난해부터 에스닉 음식에 대한 선호도와 관심이 비약적으로 늘었다”면서 “몇 년 새 불황 속에서 소규모 창업으로 힘겹게 명맥을 이어가던 외식 업계도 대기업 진출로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트랜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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