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헛발질’영세 자영업자 대책 대안은
진입억제 현실성 떨어져
자영업 실업급여 도입을
정부의 영세 자영업자 대책이 여당과의 당정 협의에서 뒤바뀌거나 무산되는 등 오락가락하면서 연일 입길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 진입 억제라는 정부 대책의 뼈대는 바뀌지 않아,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주조를 이룬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 전반을 아우르는 일률적 대책보다는 경쟁에서 뒤처진 이들을 보호하는 쪽으로 정부 지원을 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자영업자에 대한 실업수당 체계 도입 등 사회안전망을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무게있게 제기되고 있다.
자영업자 대기자 많아 진입 억제로는 역부족=정부의 자영업 대책은 신규 진입 억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번에 개인서비스 업종의 자격증 강화 방침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상권 정보나 업종별 자금상황 정보 등 다양한 자영업 정보를 수시로 제공해 과잉 공급을 막기로 했다. 그동안 창업자금 지원 위주의 정부 자금 지원도 반드시 상담을 거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진입 방지 대책이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하면서 실업자가 양산되는 구조로 이행하고 있는데, 이를 흡수할 마땅한 일자리가 많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자영업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기업에서 퇴출됐지만 여전히 경제활동을 통해 소득을 창출해야 하는 가장이거나, 취업이 안 돼 자기 노력으로 수입을 올려야 하는 사람들이어서, 진입 억제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이들의 처지가 각각 다르고, 지역마다 편차도 큰 탓에 경쟁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직접 지원을 확대하고, 여력이 있는 경우에는 상담을 통해 사업 전환이나 전직을 유도하는 쪽으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영업자 실업급여, 고려해야”=하지만 현재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사실상 존립이 어려워진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은 미흡한 게 현실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임금 근로자에게만 해당되는 고용보험 가운데 전직을 위한 직업훈련비 보조 등 일부 혜택을 임의가입(자기 부담, 자기 혜택) 형식으로 자영업자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업 때 3개월에서 최대 8개월까지 지급되는 실업 급여에 대해서는 문을 열지 않았다. 실업 급여는 현재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사업장에서 일한 임금 근로자 출신한테만 적용된다. 자영업자는 고용보험료를 내지 않아 혜택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자영업자가 자발적으로 가게를 접고 안정적으로 전직 등을 추진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실업 급여와 비슷한 지원 체계가 갖춰져야 하며, 이를 위한 논의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직접 출연해 저소득층 실업자를 지원하는 실업 부조의 도입도 장기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중소기업청의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소매업체 65만곳 가운데 한계업체는 17만곳이며, 이 가운데 22% 정도인 3만9천곳은 전직이, 14% 정도인 2만5천곳은 폐업이 요구되고 있어, 정부 지원이 절실한 것으로 분석됐다. 금재호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등 일부 유럽 나라에서 제한적으로 자영업자를 위한 실업 급여를 도입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정책 정비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돈구경 하기 어려워요”
파리 날리는 구멍가게 긴 한숨
서울 서초동에서 22년째 문구점을 하는 서아무개(55)씨는 텅텅 비어있는 금고부터 보여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요즘 돈 구경 하기 어려워요. 주위에 대형 문구 할인점이 생긴 뒤로는 볼펜 한자루 사가는 사람이 없네요.” 한달에 900만원어치는 팔아야 월세도 내고 먹고살만한데, 지금은 매출 120만~150만원이 고작이다. 집안 형편은 곤두박질치고 매달 가계부는 적자다. ㅅ씨는 “가게를 내놓고 싶어도 비싼 권리금을 내고 들어올 사람이 없다”며 “이 나이에 딴 일을 하기도 어려워 마지못해 한다”고 털어놨다. 철물점을 운영하는 이아무개(45)씨도 “도무지 돈 구경을 할 수없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은 한달에 300만원도 못번다고 했다. 그는 장사가 안되는 이유도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다만 “돈이 안돌아서 그런 것 같다”고 나름대로 ‘분석’할 뿐이다. 철물점을 내면서 진 사채와 은행빚 1000만원의 이자를 갚아야 하고 월세 150만원까지 빠져나가니 그야말로 입에 풀칠하기도 버겁다. 이씨는 “마지막 길이 택시운전이라는데 내 사정은 바로 전 단계쯤 된다”며 “다른걸 하고 싶어도 할 줄 아는게 없으니 어쩌겠냐”며 고개를 저었다. 작은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도 몇년 전 근처에 할인점이 들어서면서 매출이 1000만원에서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견디다못해 얼마 전 가게를 내놓았지만 들어오겠다는 사람도 없다. “장사안되는거 뻔히 보이는데 누가 들어오겠어요.” 김씨는 “그만두고 싶어도 이 돈이라도 벌지 않으면 우리 식구 굶어죽는다”며 “다른 탈출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마땅히 할 만한 것도 없다”고 푸념했다. “이거라도 안하면 굶어죽을판”
몇몇 상인들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책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서울 구로시장의 한 상인은 “재래시장을 구조조정한다고 해서 지난 주 내내 분위기가 싸늘했다”고 귀띔했다. “사실 많은 재래시장이 퇴출 위기에 있긴 하지만, 퇴출 이후 대책은 거의 없더라고요. 다행히 백지화됐다고는 하는데, 언제 바뀔지 모르죠. 뭐” 최혜정 이호을 기자 idun@hani.co.kr
진입억제 현실성 떨어져
자영업 실업급여 도입을
정부의 영세 자영업자 대책이 여당과의 당정 협의에서 뒤바뀌거나 무산되는 등 오락가락하면서 연일 입길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 진입 억제라는 정부 대책의 뼈대는 바뀌지 않아,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주조를 이룬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 전반을 아우르는 일률적 대책보다는 경쟁에서 뒤처진 이들을 보호하는 쪽으로 정부 지원을 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자영업자에 대한 실업수당 체계 도입 등 사회안전망을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무게있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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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대기자 많아 진입 억제로는 역부족=정부의 자영업 대책은 신규 진입 억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번에 개인서비스 업종의 자격증 강화 방침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상권 정보나 업종별 자금상황 정보 등 다양한 자영업 정보를 수시로 제공해 과잉 공급을 막기로 했다. 그동안 창업자금 지원 위주의 정부 자금 지원도 반드시 상담을 거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진입 방지 대책이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하면서 실업자가 양산되는 구조로 이행하고 있는데, 이를 흡수할 마땅한 일자리가 많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자영업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기업에서 퇴출됐지만 여전히 경제활동을 통해 소득을 창출해야 하는 가장이거나, 취업이 안 돼 자기 노력으로 수입을 올려야 하는 사람들이어서, 진입 억제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이들의 처지가 각각 다르고, 지역마다 편차도 큰 탓에 경쟁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직접 지원을 확대하고, 여력이 있는 경우에는 상담을 통해 사업 전환이나 전직을 유도하는 쪽으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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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실업급여, 고려해야”=하지만 현재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사실상 존립이 어려워진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은 미흡한 게 현실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임금 근로자에게만 해당되는 고용보험 가운데 전직을 위한 직업훈련비 보조 등 일부 혜택을 임의가입(자기 부담, 자기 혜택) 형식으로 자영업자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업 때 3개월에서 최대 8개월까지 지급되는 실업 급여에 대해서는 문을 열지 않았다. 실업 급여는 현재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사업장에서 일한 임금 근로자 출신한테만 적용된다. 자영업자는 고용보험료를 내지 않아 혜택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자영업자가 자발적으로 가게를 접고 안정적으로 전직 등을 추진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실업 급여와 비슷한 지원 체계가 갖춰져야 하며, 이를 위한 논의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직접 출연해 저소득층 실업자를 지원하는 실업 부조의 도입도 장기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중소기업청의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소매업체 65만곳 가운데 한계업체는 17만곳이며, 이 가운데 22% 정도인 3만9천곳은 전직이, 14% 정도인 2만5천곳은 폐업이 요구되고 있어, 정부 지원이 절실한 것으로 분석됐다. 금재호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등 일부 유럽 나라에서 제한적으로 자영업자를 위한 실업 급여를 도입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정책 정비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돈구경 하기 어려워요”
파리 날리는 구멍가게 긴 한숨
서울 서초동에서 22년째 문구점을 하는 서아무개(55)씨는 텅텅 비어있는 금고부터 보여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요즘 돈 구경 하기 어려워요. 주위에 대형 문구 할인점이 생긴 뒤로는 볼펜 한자루 사가는 사람이 없네요.” 한달에 900만원어치는 팔아야 월세도 내고 먹고살만한데, 지금은 매출 120만~150만원이 고작이다. 집안 형편은 곤두박질치고 매달 가계부는 적자다. ㅅ씨는 “가게를 내놓고 싶어도 비싼 권리금을 내고 들어올 사람이 없다”며 “이 나이에 딴 일을 하기도 어려워 마지못해 한다”고 털어놨다. 철물점을 운영하는 이아무개(45)씨도 “도무지 돈 구경을 할 수없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은 한달에 300만원도 못번다고 했다. 그는 장사가 안되는 이유도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다만 “돈이 안돌아서 그런 것 같다”고 나름대로 ‘분석’할 뿐이다. 철물점을 내면서 진 사채와 은행빚 1000만원의 이자를 갚아야 하고 월세 150만원까지 빠져나가니 그야말로 입에 풀칠하기도 버겁다. 이씨는 “마지막 길이 택시운전이라는데 내 사정은 바로 전 단계쯤 된다”며 “다른걸 하고 싶어도 할 줄 아는게 없으니 어쩌겠냐”며 고개를 저었다. 작은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도 몇년 전 근처에 할인점이 들어서면서 매출이 1000만원에서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견디다못해 얼마 전 가게를 내놓았지만 들어오겠다는 사람도 없다. “장사안되는거 뻔히 보이는데 누가 들어오겠어요.” 김씨는 “그만두고 싶어도 이 돈이라도 벌지 않으면 우리 식구 굶어죽는다”며 “다른 탈출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마땅히 할 만한 것도 없다”고 푸념했다. “이거라도 안하면 굶어죽을판”
몇몇 상인들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책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서울 구로시장의 한 상인은 “재래시장을 구조조정한다고 해서 지난 주 내내 분위기가 싸늘했다”고 귀띔했다. “사실 많은 재래시장이 퇴출 위기에 있긴 하지만, 퇴출 이후 대책은 거의 없더라고요. 다행히 백지화됐다고는 하는데, 언제 바뀔지 모르죠. 뭐” 최혜정 이호을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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