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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위기 맞은 도요타

등록 2010-02-07 18:41수정 2010-02-07 18:52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승승장구하던 도요타 자동차가 갑자기 위기에 빠졌다. 도요타는 2008년 금융위기로 회사가 적자에 빠지더니 급기야 최근에는 차량 결함이 잇달아 발견되면서 미국, 유럽에서 사상 최대의 리콜을 단행하며 아키오 사장이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오랫동안 품질의 대명사로 불리던 도요타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도요타의 창시자 도요다 사키치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으나 직기 제조자로서 일생을 마쳤다. 자동차 제조의 꿈은 아들 기이치로가 아버지가 헐값에 사두었던 아이치현의 넓은 땅에 1937년 도요타 자동차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많은 시련과 실패 끝에 드디어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생산 대수 세계 1위를 달성한 것이 2008년이었는데, 그때부터 마가 끼기 시작했다. 10년 전만 해도 도요타의 생산량은 지엠의 절반에 불과했는데, 의욕적으로 따라잡는 과정에서 무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생산에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재고를 줄이고, 조립시간을 줄인 효율성의 대명사가 바로 도요타 생산방식이다. 자동차 1대 조립시간이 지엠이 40시간일 때, 도요타는 18시간, 지엠이 2주분의 부품 재고를 쌓아놓을 때 도요타는 2시간분의 재고로 생산이 가능했다. 그만큼 효율성이 높고, 비용절감 효과가 커서 후발주자이면서도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 도요타 생산방식을 종래의 대량생산의 반대말로 린(lean) 생산방식, 혹은 적기(適期·just in time: JIT) 생산방식, 간판(看板) 생산방식이라 부른다. 도요타의 생산방식은 지금은 세계의 모든 자동차 회사가 채택하고 있다. 특히 품질에 관한 한 도요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해왔다. 팀 생산에서 팀원 중 누구라도 결함을 발견하면 조립라인을 즉시 멈출 수 있는 권리를 주어 결함을 대폭 줄일 수 있었고, 또한 노동자들의 현장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제안을 장려하여 상금을 주므로 ‘개선’이 지속될 수 있었다. 2007년 한 해에 도요타 본공장에서만 6만명이 66만건의 제안을 내놓아 대부분 채택됐다.

도요타는 세 가지 점에서 타 회사의 모범이었다. 첫째, 낭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한 생산방식. 둘째, 화합과 신뢰의 노사관계. 이 회사는 1949년 회사가 어려울 때 파업이 있은 뒤로 한 번도 파업이 없다. 셋째, 부품공급회사와의 협력. 도요타는 협력회사의 기술혁신을 최대한 지원하며, 혁신 성과를 독점하지 않고 같이 나눈다. 이 세 가지를 관통하는 기본 철학은 ‘인간 존중’이란 회사의 모토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87년부터 5년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공학 전문가들이 세계의 90개 자동차 공장을 견학한 뒤 도요타의 린 생산방식을 ‘세상을 바꾼 기계’라고 이름 붙이면서 21세기를 주도하는 생산방식이 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지금까지 세상을 바꾸어온 도요타가 이번의 위기를 넘기고 다시 세상을 바꿀지 주목되는 순간이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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