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달 공공기관 지침마련 계획
“신규채용 막아 선별연장해야”
“신규채용 막아 선별연장해야”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내세운 공공기관의 일률적 정년 연장 움직임에 제동을 걸 태세다. 고령화 대비와 인건비 절감을 위해 독려해온 임금피크제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심화시키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일률적 정년 연장은 청년층 신규 채용을 막는 등 고용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무분별한 정년 연장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민간기업보다 고용안정성이 높은 반면 고령자의 생산성은 떨어지는 만큼 선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부는 이르면 다음달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표준모델을 마련해 구체적인 지침과 권고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삭감 비율이나 고용 연장 기간 등을 상세히 규정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전체 직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인력 수요와 경력, 숙련도 등을 따져 선별 적용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이런 방침은 그동안 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 차원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적극 독려해오던 분위기와 사뭇 달라 보인다. 지난달 한국전력공사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제로 정년을 2년 연장하기로 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한전의 제도 도입 결정 뒤 재정부 쪽에선 일률적 정년 연장에 불만을 수시로 표시해왔다.
재정부는 무분별한 정년 연장이 청년층 신규 채용을 가로막을 수 있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지만, 내심 ‘신의 직장’이란 비판을 받아온 공공기관에 또다른 날개를 달아줘선 안 된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보수체계 합리화라는 명분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독려해왔는데 정년 연장이 더 부각되면서 고심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6월 현재 101개 공기업·준정부기관 가운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27곳이다. 이 가운데 현재 정년을 보장하되 정년 이전의 일정 시점부터 임금을 조정하는 방식이 51.5%로 가장 많지만, 전체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임금을 조정하는 정년 연장형도 33.3%나 된다. 이미 제도를 시행하는 공공기관에 대해선 소급 적용이 되지 않지만 7월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한전 등은 정부 가이드라인의 적용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표준모델이 나오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이미 재정부는 지난해 9월 관련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보류한 바 있다. 공공기관 내부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탓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단협으로 노사가 결정할 사항을 정부가 일일이 규정하려 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