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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선·노동관행…영역별 구체적 과제 제시
국내기업 60% “무대응” 무역장벽 활용땐 수출 부담
국내기업 60% “무대응” 무역장벽 활용땐 수출 부담
일본 도요타자동차 리콜 사태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5년간 진통을 겪어온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ISO 26000)이 올해 하반기에 모습을 드러낸다.
지식경제부는 24일 ISO 26000이 이달 14일까지 진행된 국제표준화기구의 76개 참여국 전자투표에서 56개국의 찬성을 얻어 최종국제표준안(FDIS)으로 등록됐다고 밝혔다. 국제표준이 되려면 5월 회원국 총회와 8~9월께 편집 보완 등과 관련된 투표를 한 차례 더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번 투표로 국제표준의 주요 내용이 사실상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르면 10월쯤 국제표준에 오를 전망이다.
ISO 26000은 사회의 모든 조직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일종의 행동지침이다. 지배구조 개선과 인권, 노동 관행, 환경, 공정운영 관행, 소비자 이슈, 공동체의 사회·경제 발전 등 핵심 영역별로 구체적 과제가 제시된다.
관심은 ISO 26000 제정이 향후 기업 활동에 끼칠 영향이다. 국제표준은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 등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지침이지만 기업 활동과 관련된 내용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탓이다. 노동 분야의 경우, 외국 기업이 진출국의 고용 사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노동자들이 겪는 스트레스의 위험성도 인식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또 기업들은 온실가스 절감 대책을 마련해 환경경영에 나서야 하며 고용 확대가 가능한 기술개발로 지역공동체 발전에도 힘써야 한다.
도요타 사태를 일으킨 소비자 안전 문제 등 소비자 이슈도 신경 써야 할 분야다. 소비자 보건 및 안전에 힘쓰는 것은 물론이고 상품 가격의 구성 정보 제공과 소비자 서비스 및 문제 해결, 리콜 등 직접적으로 기업 경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내용들이 상당수 담기기 때문이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인식은 아직 저조한 편이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낸 보고서를 보면, 국내 100대 기업의 59%가 ISO 26000 대응책을 갖추지 못했다. 노한균 국민대 교수(경영학)는 “당장 강제성을 띠지 않더라도 향후 기업 투자 때 판단 기준 등이 될 수 있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ISO 26000의 보급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도 여전히 기업 활동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는 사회적 책임이 무역장벽으로 활용되면 수출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반대표를 던져왔다. 지경부 관계자는 “‘인증추진 반대’ 등의 내용을 반영하기로 국제적 합의가 도출됐지만 추가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없애도록 의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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