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 한은 조사권 부여에 정무위선 ‘맞불법안’ 상정
한국은행이 개별 금융회사 조사에 나설 수 있게 한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재정위)와 정무위원회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의원들의 견해도 여야간 입장차이보다는 소속 상임위가 어디냐에 따라 갈리는 양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기획재정위원회(재정위)의 한국은행법 개정안 추진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한은의 조사권 부여에 제동을 거는 내용을 담은 금융위원회 설치법 개정안을 상정해 법안심사소위로 넘겼다.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금융위법 개정안은 한은의 권한인 지급결제 업무를 금융위가 맡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한은법 개정안은 한은이 지급결제 대상으로 삼는 회사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업무를 없애 한은법 개정안 자체를 근본적으로 무력화시키겠다는 게 개정안의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재정위 한나라당 간사인 이혜훈 의원은 “지급결제는 각 금융기관의 자금 흐름을 담당하는 것으로, 중앙은행의 핵심 업무”라며 “금융위법 개정안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법안이며 나라 망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병수 재정위원장도 지난 25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한국은행법 개정안은 재정위원회 26명의 위원들이 1년 6개월 동안 19차례의 심도 있는 회의를 거친 법”이라며 “금융위법은 한은법 개정안을 지연시키고, 무산시키려는 의도 말고는 다른 의도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정무위에서도 “진정성보다는 재정위 견제의 목적이 크다”(한 정무위원)고 인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감독원 권한에 영향을 주는 한은법 개정안을 기재위가 통과시킨 만큼, 정무위 역시 한은 권한에 흠집을 내는 ‘맞불 법안’으로 견제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기획재정부도 올해 G20 정상회의 뒤 금융감독체계를 재편할 때, 한은 조사권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한은법 개정안에 부정적이다. 여당 지도부는 한은법 개정안의 법사위 상정 보류를 요청하기도 했다.
상임위 간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법사위는 ‘2월국회 처리 불가’를 선언했다. 유선호 법사위원장은 “4월국회 이전에 전문가들의 자문과 용역을 통해 한은법 결론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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