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투자자에 혼선불러…자본금변동 반영 건의”
주권상장법인인 ㅎ사는 재무제표에 납입자본금을 699억원이라고 신고해 놓고 있다. 하지만 4월 말 현재 이 회사의 실질자본금은 527억원으로, 재무제표와 172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회사가 적자를 내 자본금을 까먹은 게 아니다. 회사가 이익금으로 지난 2001년 3월 이후 7차례나 자사주를 사서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회사 이익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시키는 것을 ‘이익소각’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상장기업은 이익소각을 하게되면 사업보고서 등의 공시서류에 반드시 그 내역을 자세하게 적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주가관리와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이익소각을 하는 상장기업들이 해마다 크게 늘어나 이런 대책을 내놓게 됐다고 9일 밝혔다.
이익소각을 하면 주식수가 줄어드는데도 재무제표상 자본금은 바뀌지 않아 실질자본금(총주식수×주당 액면가격)과 차이가 발생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상이익률이나 자본금회전율 등 여러 투자판단 지표가 재무제표상 자본금을 기초로 산정되고 있기 때문에 이익소각을 해버리면 투자자들에 혼선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 “모든 투자지표는 실질자본금에 기초해서 작성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이익소각을 하면 자본금도 실제 줄어들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을 법무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현행 상법은 이익소각을 주총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지난 2001년 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 결의만으로 이익소각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증권거래법에 마련된 다음부터 해마다 이익소각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의 이익소각 건수와 금액은 2001년 13건 4천억원에 머물렀으나 2002년 34건(9천억원), 2003년 38건(4조5천억원), 2004년 57건(4조7천억원)으로 증가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