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에서 지금까지
대한생명이 17일 대형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먼저 상장회사로 거듭나며 재도약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대한생명에 공적자금을 투입했던 예금보험공사도 증시를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1946년 국내 최초의 생보사로 설립된 대한생명은 지난 20여 년 동안 삼성생명·교보생명과 함께 ‘빅3’로 불리며 생명보험산업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여파에다, 대주주와 경영진이 계열사 부당대출과 외화 밀반출로 구속되면서 1999년에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고, 결국 3조5500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았다.
2002년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2008년에는 누적 결손금을 모두 해소했고, 지난해 12월 말 기준 총자산 56조5171억원, 수입보험료 7조9662억원으로 생보업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한생명은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 가운데 4800억원은 영업망 강화에 투입하고, 국외시장 진출과 수익원 다각화에도 3000억원을 들일 계획이다. 나머지는 회사에 적립해 지급여력비율 등을 높이기로 했다. 대한생명은 회사명을 모그룹의 이름을 딴 ‘한화생명’으로 변경하는 작업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대한생명 상장으로 예보의 공적자금 회수에도 관심이 쏠린다. 예보는 대한생명 지분 67%를 한화에 넘기면서 3조5500억원의 공적자금 가운데 1조820억원을 회수했고, 이번 상장 과정에서도 지분 8.25%(1933만8000주)를 매각해 1586억원을 확보하는 등 모두 1조2406억원을 거둬들였다. 남은 공적자금 원금은 2조3094억원인데, 주가가 1만743원을 넘어야 보유 지분 24.75%(2억1496만2000주)를 처분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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