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696명 증가 그쳐
매출 순위 30대 대기업들이 지난해 고용 인원을 고작 0.6% 늘리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임금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신규 채용을 늘리겠다’고 공언한 것에 비춰 보면 초라한 결과다. 대기업들은 정부로부터 감세와 규제 완화 혜택을 얻어내며 이익을 크게 늘렸으면서도, 정작 고용 확대로는 화답하지 않은 셈이다.
1일 <한겨레>가 매출액 기준 30대 기업(공기업·금융회사 제외)의 2009년도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2007~2009년 직원 규모를 비교해 분석했더니, 전체 직원 수는 지난해 말 현재 모두 42만3164명으로 2008년 말 42만468명보다 2696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7년 말 41만2145명에서 8323명(2%) 늘어났던 1년 전보다도 증가 폭이 둔화했다. 더구나 설비 증설로 4898명이나 채용 인원을 늘린 엘지디스플레이를 빼면, 나머지 대다수 대기업들의 고용 실적은 더 초라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11조5776억원)이 전년보다 갑절 가까이 늘었지만, 직원은 8만5085명으로 623명만 늘었을 뿐이다. 지난해 사상 처음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기아자동차는 되레 직원을 104명 줄였다. 현대자동차(-39명), 포스코(-191명), 현대중공업(-258명) 등도 고용성적표가 저조했고, 케이티(KT)는 대규모 명예퇴직을 통해 직원을 6750명이나 줄였다. 인원을 늘린 곳은 엘지디스플레이와 엘지전자(1145명), 신세계(1055명), 현대제철(992명) 정도다. 30대 기업 가운데 사업 분할이나 인수합병 등의 외부 요인으로 인원이 크게 줄거나 늘어난 엘지화학, 롯데쇼핑, 현대모비스, 대우건설 등 4곳은 집계에서 제외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친기업적인 정책이 경영 성과 호전으로 나타났지만 고용 확대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투자·고용 확대를 전제로 한 정부와 대기업 사이 거래는 부도날 수밖에 없는 어음 교환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반면에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감원하는 가운데서도 대기업들이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신규 채용으로 오히려 늘렸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예랑 황보연 기자 yrcom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