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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교역조건과 실질국민총소득 (GNI)

등록 2010-04-04 18:07

[열려라 경제] 아하 그렇구나
수출품보다 수입품 값 비싸지면 교역조건 악화
국민들 실질구매력에 영향줘 GNI 지수는 하락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내놓은 ‘2009년 국민계정’(잠정)을 보면, 2009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에 견줘 0.2%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2009년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같은 기간 1.5% 증가했습니다. 실질 국내총생산보다 실질 국민총소득이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지표상으로는 국가의 부가 늘어난 것보다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좀더 나아진 것으로 나온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교역조건’(terms of trade)입니다. 한은은 국제 원자재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수출상품가격(-1.7%)보다 수입상품 가격(-4.3%)이 더 크게 하락해 교역조건이 개선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역조건이란 수출품과 수입품이 거래되는 교환비율을 말합니다. 즉 우리나라가 자동차를 한 대 수출하면, 원유를 100배럴 살 수 있다고 가정해 보죠. 그런데 국제유가가 올라 자동차 2대를 팔아야 같은 양의 원유를 살 수 있게 되는 수도 있죠. 이 경우 교역조건이 나빠졌다(하락)고 합니다.

이처럼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구매력 변화를 고려한 소득지표가 바로 실질 국민총소득입니다. 실질 국민총소득은 한 나라의 국민이 생산 활동으로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뜻합니다. 외국과 거래할 때 상품의 상대가격 변화에 따른 구매력의 변동분을 계산한 지표입니다. 실질 국민총소득은 실질 국내총생산에서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 손익과 국외 순수취 요소소득을 가감해 산출합니다.

우리나라는 보통 실질 국민총소득 증가율이 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에 못 미쳤습니다. 과거 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4~5%대를 보였지만, 실질 국민총소득 증가율은 3%대에 그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우리나라 주력 상품인 반도체 가격 하락과 국제 유가 상승 등으로 교역조건이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교역조건이 나빠지면 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과 실질 국민총소득 증가율 사이의 괴리는 더 커지게 됩니다. 즉 지표경기는 좋은데, 체감경기는 그렇지 못한 경우죠.

2008년에는 실질 국내총생산이 2.3% 증가했는데도 실질 국민총소득은 0.6% 감소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실질 국민총소득이 감소한 것은 1998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이는 국제유가 인상으로 수입단가가 올라 교역조건이 나빠졌고, 그 결과 실질 무역 손실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2008년에는 실질 국민총생산은 증가했지만, 국민의 실질 구매력은 오히려 뒷걸음질 쳐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더 나빠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혁준 김수헌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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