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주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남녀간 임금격차가 한국이 조사대상 21개국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보면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38% 정도 덜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1개국 평균 격차 18%보다 훨씬 크다. 이 자료는 정규직 노동자만 대상으로 했으므로 비정규직이 많은 우리나라의 현실은 이 숫자보다 더 열악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는 명백히 한국의 남녀차별이 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한국 남성들은 최근 몇몇 시험에서 여성들이 괄목할 만한 성적을 올리는 것을 보고 과거에 비해 한국 여성의 지위가 많이 향상됐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다른 지표인 여성권한척도를 보더라도 한국은 2007년 세계 93개국 중 64위에 머물고 있다. 여성권한척도는 여성 국회의원 수, 행정관리직 및 전문기술직에서 일하는 여성의 비율, 그리고 남녀 소득격차 등을 기초로 산출한다. 2007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가 각각 1~5위를 차지하여 북구가 단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성권한척도가 이처럼 낮은 이유는 남녀간 소득격차가 크고 국회의원 및 고위직 여성 비율이 낮기 때문인데, 고위직에서 일하는 여성 비율을 보면 노르웨이 30%, 아이슬란드 27%, 오스트레일리아 37%, 미국 42%, 영국, 34%, 일본 10%이지만 한국은 8%에 불과한 실정이다. 미국은 고위직 여성 비율이 높은 편에 속하지만 직장에서의 남녀평등을 추진하기 위해 1995년 ‘유리천장위원회’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유리천장(glass ceiling)이란 여성이 고위직으로 올라가는 것을 막는 각종 장애를 뜻한다. 미국도 남녀 차별이 큰 나라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남녀 소득격차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3월8일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100돌 기념식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유리천장은 이제 깨져야 한다고 연설해서 주마가편하고 있다. 한국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참여정부는 남녀 차별 문제 완화를 위해 2005년에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라는 정책을 도입했다. 고용에서 남녀간 심한 불균형을 보이는 회사는 이를 시정하도록 촉구하는 온건한 정책이다. 그러나 재계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건의한 규제완화 희망 목록에 이 정책을 포함시켰고, 거기에 화답하는 것인지 노동부는 이 정책의 시행주체를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관하겠다고 발표해 그나마 미약한 정책 효과마저 사라질 지경이다. 이 정책은 1960년대부터 미국에서 시행중인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를 참고해서 만든 것이다. ‘적극적 조치’는 미국 정부가 아니라, 미국 재계 지도자들이 존슨 대통령에게 건의해서 도입됐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양국간 재계 지도자들의 인식 차이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저 넓은 인식의 강을 어떻게 넘느냐, 이것이 남녀 차별 해결의 첫걸음이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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