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제·임금피크제 관련 정부 및 공공기관 노조 간 견해차
정부, 전직원 실적따라 임금 차등화 추진
지방선거 앞 ‘표심 잃을라’ 발표시기 고심
노조 교섭권 무력화·공공성 훼손 등 우려
지방선거 앞 ‘표심 잃을라’ 발표시기 고심
노조 교섭권 무력화·공공성 훼손 등 우려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연봉제 표준모델안을 마련해놓고도 발표 시점을 잡지 못한 채 고심하고 있다. 노사 합의 사항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려 한다며 공공기관 노조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탓이다. 이미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으로 129개 공공기관에서 정원을 2만여명 줄인 데 이어 연봉제 도입마저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될 경우 자칫 노-정 갈등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
■ 노·정 갈등의 뇌관 ‘연봉제’ 전체 286개 공공기관 직원 24만여명에 대한 임금체계의 근간을 뒤흔들 연봉제 도입은 파장이 적지 않은 사안이다. 같은 직급이더라도 직무와 성과에 따라 연봉이 20~30% 차이가 나도록 설계하는 것이 뼈대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기존 호봉제는 폐지된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임금 차등폭이 최대 40%까지 벌어지도록 설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공공기관에도 연봉제가 도입된 곳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대체로 1, 2급인 고위 간부를 위주로 적용됐고 성과에 따른 연봉 차등폭도 평균 3.8% 수준으로 미미했다. 정부가 2008년 말 4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에서 경영 효율화를 명목으로 연봉제 도입 카드를 내민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린 공공기관에 대한 개혁을 연봉제 도입으로 완성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정부는 공공기관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대신 일방통행식 추진에 나서면서 마찰을 증폭시켰다. 애초 정부는 지난해 10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어 연봉제 표준안을 의결한 뒤 올해부터 각 기관에 적용할 방침이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각 언론사에 보도계획까지 미리 예고해둔 상태였지만 공운위를 아예 열지도 못했다. “정부 지침이 확정되면 자율적 노사교섭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공공기관 노조들이 거세게 반발한 탓이다.
공공기관 노조들 사이에선 연봉제 도입이 공공기관 노사관계를 실종시킬 것이란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개별 직원을 상대로 한 연봉협상이 단체교섭을 대체해 노조 무력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일방적 정원 감축으로 불거졌던 공공성 훼손 논란도 증폭될 소지가 있다. 민간기업과 달리 공공기관에서 실적 쌓기에만 치중하면 공공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공공기관 노조 관계자는 “예컨대 건강보험 체납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이 실적 경쟁에만 매달리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스럽다”며 “또 공공기관의 경영 성과가 정부 정책과 정치적 논리 등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고 기관마다 업무 특성도 제각각이어서 일률적 연봉제 도입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 정부 ‘표심 잃을라’ 시기 저울질 재정부는 지난달에도 재차 공운위 의결을 시도했지만 불발로 끝났다. 재정부 관계자는 4일 “(연봉제 표준안을) 조만간 발표한다는 정부 방침엔 변화가 없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도입 시기에 대해선 답변을 피했다.
정부는 연봉제 표준안이 확정되면 이를 조속히 시행하는 공공기관에 대해 경영평가에서 가산점을 주는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달 초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 직무·성과 중심 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한 한국수자원공사 등을 우수 기관으로 치켜세웠다. 한국전력공사 등 일부 공기업에선 이런 정부의 신호를 받아들여 연봉제 도입 방침을 표명하고 나섰지만 대다수 공공기관에선 마찰이 커질 형국이다. 공공기관 노조의 한 관계자는 “노조의 존폐가 걸린 문제여서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연봉제와 함께 정부가 제시할 임금피크제 표준모델안도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 노조 쪽에선 정년 연장에 힘을 싣고 있는 반면, 정부 쪽에선 인건비 절감에 더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는 정부 부처 안에서도 엇박자를 보여 온 사안이다. 이미 공공기관 안팎에선 6월 지방선거 전에 연봉제 도입 계획을 가시화하지 않는 쪽으로 청와대와 한국노총 사이에 교감이 오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정부·여당으로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과 정책연대 관계에 있는 한국노총의 심기를 건드려서 이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지방선거 결과 등에 따라 앞으로 정부가 연봉제 카드를 꺼내기 더 어려운 형국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어 이달께 담판을 지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정부가 내세우는 공공기관 선진화 우수사례
정부는 연봉제 표준안이 확정되면 이를 조속히 시행하는 공공기관에 대해 경영평가에서 가산점을 주는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달 초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 직무·성과 중심 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한 한국수자원공사 등을 우수 기관으로 치켜세웠다. 한국전력공사 등 일부 공기업에선 이런 정부의 신호를 받아들여 연봉제 도입 방침을 표명하고 나섰지만 대다수 공공기관에선 마찰이 커질 형국이다. 공공기관 노조의 한 관계자는 “노조의 존폐가 걸린 문제여서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연봉제와 함께 정부가 제시할 임금피크제 표준모델안도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 노조 쪽에선 정년 연장에 힘을 싣고 있는 반면, 정부 쪽에선 인건비 절감에 더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는 정부 부처 안에서도 엇박자를 보여 온 사안이다. 이미 공공기관 안팎에선 6월 지방선거 전에 연봉제 도입 계획을 가시화하지 않는 쪽으로 청와대와 한국노총 사이에 교감이 오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정부·여당으로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과 정책연대 관계에 있는 한국노총의 심기를 건드려서 이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지방선거 결과 등에 따라 앞으로 정부가 연봉제 카드를 꺼내기 더 어려운 형국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어 이달께 담판을 지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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