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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토지개혁의 정당성과 위험성

등록 2010-04-11 20:58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브라질의 아마존 인근 파라주에서 빈농을 위한 토지개혁 운동을 하던 페드루 알칸타라 지 소자가 지난 1일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괴한들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아마존의 성녀’로 불리던 도로시 스탱 수녀 역시 2005년 2월12일 파라주에서 벌목업자의 사주를 받은 살인청부업자의 총탄에 살해됐다. 브라질은 1990년대부터 토지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거대 농장주, 벌목꾼들의 폭력행사로 비극이 끊이지 않는다. 2008년 한 해에만 토지문제로 13명이 살해됐다. 경제규모 12위인 브라질은 인구의 1%가 농지의 50%를 소유할 정도로 토지소유 집중이 극심하고 소득분배도 세계 최악에 가깝다.

토지소유의 집중은 많은 나라에서 농촌 빈곤의 가장 큰 원인이다. 토지소유가 평등하면 소득분배가 개선될 뿐 아니라 경제성장에도 유리하다는 연구가 있다. 2003년에 나온 클라우스 데이닝거의 연구를 보면 26개국을 조사한 결과 초기 토지분배가 평등할수록 경제성장이 높은 것으로 나와 있다. 한국, 대만, 중국이 대표적 사례에 속한다.

토지개혁은 경제적, 정치적으로 정당하지만 동시에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로마 시대 호민관 티베리우스 그라쿠스는 대지주의 토지를 농민들에게 분배하는 개혁을 추진했다. 농민들은 물밀듯이 로마로 몰려와 그라쿠스의 법안을 지지하는 벽보로 성벽을 뒤덮으며 적극 지원했기 때문에 그 법안은 통과되었다. 겁에 질린 귀족들은 농민들이 추수를 하기 위해 농촌으로 되돌아가기를 기다렸다가 드디어 반격을 가했다. 원로들은 그라쿠스가 ‘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그라쿠스를 몽둥이로 때려죽였고 지지자들을 처형했다. 10년 뒤 티베리우스의 동생 가이우스 그라쿠스가 호민관으로 선출돼서 다시 개혁을 추진했으나 원로원의 공격을 받아 가이우스와 지지자 3천명이 무참히 살해됐다. 로마의 빈민들은 그라쿠스 형제를 순교자로 숭배해서 매일 무덤을 참배했다.

한편 조선 시대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중종반정 이후 공신들에게 막대한 토지가 상으로 주어졌는데, 그중에는 가짜 공신도 많았다. 훈구파의 대표 격인 유자광의 땅이 워낙 넓어서 당시 유자광의 땅을 밟지 않고는 전라북도를 지나갈 수 없다는 말이 있었다. 소수의 훈구파 손에는 대토지가 집중된 반면 농민들은 ‘송곳 하나 꽂을 땅’조차 없었다. 조광조를 비롯한 사림파들은 117명의 공신 중 88명을 공신록에서 삭제하는 데 성공했지만 얼마 못 가서 훈구파의 반격을 받아 조광조 등 다수의 사림파가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의 1960~70년대 고도 경제성장도 해방 후 토지개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해방 후 토지개혁의 주창자였던 초대 농림부 장관 죽산 조봉암은 그 뒤 이승만의 모략에 의해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사형을 당했다. 토지개혁은 대개의 경우 정당하고 농민의 빈궁을 해결해주며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것을 추진하는 개혁파는 목숨이 위태롭다. 정녕 토지개혁은 정의로운 개혁가의 무덤인가.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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