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열풍 타고 워킹산업 달린다. 제주올레 사무국을 통해 이해선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을 제공받았습니다.
걷기 여행·운동 인기에 관련품목 매출 급성장
업체 앞다퉈 진출…올 워킹화 매출 6천억 예상
업체 앞다퉈 진출…올 워킹화 매출 6천억 예상
제주 올레길, 강화 나들길, 지리산 둘레길…. 봄을 맞은 길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매화·개나리·진달래 꽃망울이 차례로 봄을 터뜨리고 사람들의 마음에도 봄바람이 설렌다.
야외 활동으로 걷기 여행이 뜨면서 ‘워킹 산업’이 활짝 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스포츠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워킹화’ 출시 붐이 일어난 데 이어 의류·모자·액세서리 등 패션 부문에도 걷기 전용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워킹화의 폭발적 신장세는 지난해 3000억원대 시장을 올해 두 배 이상으로 키울 것으로 보여, 오랜 침체를 겪은 국내 신발 산업 부흥에 기대감을 주고 있다.
워킹 산업의 씨앗이 움튼 것은 엠베테코리아가 지난 2004년 ‘마사이 워킹’을 내세운 건강 기능성 워킹화를 출시하면서였다.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스위스 인체 공학자 칼 뮐러가 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의 대표 생산기지로 이름난 부산 신발 업체들의 생산력에 기대어 밑창이 둥근 ‘마사이 신발’을 탄생시켰다. 이 신발은 중장년층한테 건강 신발로 금세 입소문을 탔다. 이에 2006·2007년 린·엠에스존 같은 국내 업체들이 가세했고 1세대 건강 기능성 워킹화 시장을 형성했다. 이 시장은 지난해 30여개 브랜드 2000억원대 시장으로 커진 상태다.
이처럼 워킹화 시장이 꿈틀대자 지난해 주요 스포츠 브랜드들이 워킹 산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제주도 올레 여행이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등을 중심으로 젊은층이 국내외 걷기 여행에 열광하는 흐름이 생겨난 것도 큰 자극이 됐다.
국내 스포츠 브랜드의 양대 산맥인 엘에스네트웍스 ‘프로스펙스’와 화승 ‘르까프’는 지난해 9월 워킹 산업 선점의 신호탄을 쐈다. 프로스펙스는 ‘더블유’(W)를 신발·의류·모자 등을 포괄하는 워킹 아웃도어 토털 브랜드로 선보였다. 르까프도 ‘닥터세로톤’이란 브랜드로 워킹화를 다채롭게 내놓았다. 2세대 스포츠 워킹화 시장을 열어 제침과 동시에 워킹 패션 산업의 시동도 함께 건 것이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스포츠 워킹화는 걷기 운동과 여행, 피트니스, 일상 생활 등에 폭넓은 쓰임새를 자랑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다른 업체들의 대응도 줄이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리복·아식스 등이 워킹화 출시 대열에 곧 뒤따랐다. 선도 업체 프로스펙스는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전체 신발 판매 물량이 35% 늘어났고, 2세대 스포츠 워킹화 시장은 지난해 후반 넉 달 새 1000억원 규모를 달성했다.
올해는 워킹화 시장의 잠재력이 더 확연히 드러날 것이란 기대가 크다. 1~2세대를 합친 워킹화 시장은 지난해 3000억원 규모였지만 올해 6000억원대로 확대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실제 주요 업체들은 50~100% 이상 매출 신장 목표를 잡아놓은 상태다. 여기에 나이키·아디다스 등 국내 1~2위를 다투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가세할 경우 시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주요 스포츠 브랜드들은 걷기 여행과 걷기 운동 등 ‘워킹 문화’에 적극적 구애를 펼치고 있다. 프로스펙스는 지난 1일 엘에스 용산타워에서 ‘워킹 리더스 클럽’ 발대식을 개최했다. 서동성 제주 올레 사무국장,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를 내고 서울 송파구에 걷기 코스를 개발해 ‘송파 올레’를 만들어낸 여행작가 김효선씨, 강원도 바우길을 개척한 소설가 이순원씨 등 걷기 여행 명사들과 함께 걷기 붐 조성에 나선 것이다.
등산화·등산복에서 출발한 아웃도어 산업은 현재 일상 캐주얼 시장까지 넘보며 2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외 스포츠 브랜드들이 주도하는 워킹화나 워킹 전용 의류 등은 ‘워킹 산업’으로 아웃도어의 외연을 넓히며 일상 캐주얼 시장에 더 빠르게 침투할 가능성이 크다. 걷기 자체가 출퇴근길 이동이나 가벼운 운동 등의 일상 생활과 워낙 밀접한 까닭이다. 노스페이스·코오롱스포츠·케이(K)2 등 등산 아웃도어 전문업체들은 스포츠 브랜드들의 아웃도어 침투·확장 전략에 긴장을 해야 하는 시점인 셈이다. 국내 신발 제조업체 30% 이상이 몰려 있는 부산시의 출연기관인 부산신발산업진흥센터 정병철 과장은 “우리나라는 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생산기지였다가 중국·동남아에 물량을 뺏겨 신발 산업 침체기를 겪었다”며 “축적된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최근 국내 업체들이 주도하는 워킹화 성장과 아이티 기능이 접목된 고기능성 신발 개발 등을 통해 신발 산업의 재도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국내 신발 산업 변화·성장 추이
등산화·등산복에서 출발한 아웃도어 산업은 현재 일상 캐주얼 시장까지 넘보며 2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외 스포츠 브랜드들이 주도하는 워킹화나 워킹 전용 의류 등은 ‘워킹 산업’으로 아웃도어의 외연을 넓히며 일상 캐주얼 시장에 더 빠르게 침투할 가능성이 크다. 걷기 자체가 출퇴근길 이동이나 가벼운 운동 등의 일상 생활과 워낙 밀접한 까닭이다. 노스페이스·코오롱스포츠·케이(K)2 등 등산 아웃도어 전문업체들은 스포츠 브랜드들의 아웃도어 침투·확장 전략에 긴장을 해야 하는 시점인 셈이다. 국내 신발 제조업체 30% 이상이 몰려 있는 부산시의 출연기관인 부산신발산업진흥센터 정병철 과장은 “우리나라는 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생산기지였다가 중국·동남아에 물량을 뺏겨 신발 산업 침체기를 겪었다”며 “축적된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최근 국내 업체들이 주도하는 워킹화 성장과 아이티 기능이 접목된 고기능성 신발 개발 등을 통해 신발 산업의 재도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