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마땅한 투자처 없자 ‘틈새 공략’ 대출상품 잇따라
‘예금은 많이 모아놨는데, 대출해 줄 데는 없고….’
올해 초 고금리 특판 등으로 시중자금을 대거 끌어모았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고민에 빠진 은행들이 다양한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2월 말 기준 수신자금은 587조5000억원으로 1년 전(554조원)에 비해 33조원 가까이 늘었다. 반면 대출은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4대 시중은행의 지난 2월 말 기준 원화대출 잔액은 438조원으로 1년 전에 견줘 83조원가량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연 4% 수준이던 정기예금 금리를 3월 이후 연 3%대로 확 낮춰 예금 수요를 줄이는 한편, 신규 예금 상품 출시도 자제하고 있다. 대출 쪽에서는 그동안 사각지대였던 자영업자·서민근로자 대출, 자동차 할부 대출 등 틈새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신용카드 가맹점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를 상대로 한 결합상품인 신한 마이숍 가맹점팩을 출시하고, 대출 기준을 완화해 최고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자영업자를 위한 상품을 개발하거나 기존 상품을 업그레이드해 자영업자 대상 영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한명당 최대 3000만원까지 빌려주는 자영업자 전용대출 상품인 스마트론을 출시한 데 이어, 40~50대 자영업자 가운데 창업한 지 3년 이내의 개인사업자에게 대출해주는 ‘4050세대’ 특별 대출 상품도 내놨다.
저소득 서민근로자를 위한 대출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9일부터 금융소외 계층 근로자를 위한 ‘케이비(KB) 근로자 희망+대출’의 판매를 시작했다. 개인신용등급이 5~10등급이고 3개월 이상 재직중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최대 1000만원까지 연 6~7%대의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 비정규직, 일용직 근로자도 대출이 가능하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24일 은행대출이 어려운 저소득·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소액 서민신용대출 상품 ‘희망둘더하기 대출’을 출시했다.
은행들은 캐피탈사나 카드사보다 낮은 금리를 내세워 자동차 할부 금융시장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신한 마이카 대출을 출시한 데 이어, 체크카드로 차를 구매하고 카드 대금은 은행 대출에 연동해 결제하는 신한 에스모어(S-MORE) 마이카 대출도 선보였다. 하나은행도 직장인 오토론을 출시했고, 우리은행은 우리 브이(V) 오토론을 곧 내놓을 예정이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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